[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중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최희섭 2번, 폼은 안 나더라고요” - KIA 김기태 감독
김기태 감독은 12일 광주 kt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타순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당시 KIA 테이블세터 타율이 1할9푼9리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 중이었다. 올해 정식선수로 등록된 이은총을 1번에 세우기도 했지만, 1군 투수들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감독은 ‘최희섭 2번’의 파격 카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염두에 둔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희섭이 2번, 폼은 안 나더라고요”면서 “발이 느려 더블 플레이를 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구 참 잘 만들었다. 여기가 잘 되면 저기가 안 되고, 저기가 잘 되면 여기가 또 안 된다”라며 웃었다.

▲ “순위가 이 정도 가있어야 하는데...” - kt 조범현 감독
조범현 감독은 13일 광주 KIA전에서 앞서 당일 엔트리 등록 명단을 건네받았다. 이 명단에는 그날의 선수 등록 현황과 등록, 말소 상황이 기록돼있다. 이 선수 등록 현황표는 NC, LG, 넥센, 롯데, 두산, SK, kt, KIA, 한화, 삼성 순으로 명시돼있다. 이를 살펴보던 조 감독은 “순위가 이 정도 가있어야 하는데...”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이 순서대로라면 kt는 7위. 하지만 kt는 지난 12~14일 광주 KIA전에서 3연전을 모두 내주며 4연패. 지난주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 “우리는 편안한 상황이 없어요” -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은 12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우완 임태훈을 1군에 등록시켰다. 올 시즌 첫 1군 등록. 계속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불펜 안정화를 위한 또 하나의 카드다. 이에 투입 시기가 궁금해진 것은 당연한 일. “박빙의 상황에서도 나올 수 있는가, 혹은 편안한 상황에서 투입시킬 것인가”에 대한 취재진에 질문에 김태형 두산 감독은 수줍은 듯 “우리는 편안한 상황이 없어요”라고 답하며 좌중을 폭소하게 했다. 그만큼 불펜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었다. 두산은 13일 5-2 승리를 거뒀으나 14일 불펜이 무너지며 결국 8-9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임태훈은 ‘편안한 상황’이 없어서인지 2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승엽이 앞에서 그래 봐라. 뭐라고 그러는지". - 삼성 류중일 감독
류중일 감독은 12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김)상수가 아파 큰 일 났다"고 걱정을 늘어 놓았다. 김상수는 지난주 SK와의 문학 3연전 때 오른쪽 어깨를 다쳤고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상수는 류중일 감독이 대체 불가 선수로 꼽을 만큼 팀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류중일 감독은 "타격은 되는데 수비는 힘들다"고 아쉬워 했다. 이에 한 관계자가 "김상수를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건 어떠냐"고 말했다. 그러자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앞에서 그래 봐라. 뭐라고 그러는지"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날 선발 명단에서 빠진 김상수는 8회 교체 투입됐다.
▲ "야구는 안 봤고 애들만 봤지". - 삼성 채태인
채태인이 12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1군 무대에 복귀했다. 채태인은 지난해 12월 왼쪽 무릎 추벽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재활 과정을 밟느라 지난달 10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1군 무대에 지각 합류했다. 그는 복귀 첫날 왼쪽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채태인에게 근황을 묻자 "야구는 안 봤고 애들만 봤지"라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예빈, 예준 두 아이의 아버지인 채태인은 "내 취미는 육아"라고 말할 만큼 가정적인 남자다. 채태인의 1군 복귀전은 화려했다. 3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채태인은 5회 우월 투런 아치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 “다시 군대가려고 하냐?” - NC 김경문 감독
김경문 감독은 지난 12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짧게 머리를 깎은 이종욱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김 감독은 “다시 군대가려고 하냐?”라고 이종욱에게 물으면서 이종욱과의 인연을 돌아봤다. 김 감독은 “종욱이가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왔다. 현역 복무를 마친 후 팀에서 방출되면서 나와 인연을 맺게 됐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다. 입단 당시 ‘뛰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게 생생히 기억난다”고 웃었다.
이종욱은 2006시즌을 앞두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으나, 당시 소속팀이었던 현대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러면서 고교 동창 손시헌의 소개로 김경문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 2006시즌 도루 51개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로 떠올랐다. 2013시즌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이종욱은 NC와 계약하며 김경문 감독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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