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브라운(31)을 얻은 SK 와이번스, 그리고 다른 선택을 한 두산 베어스의 운명이 맞대결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브라운은 1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4타수 3안타 1볼넷 3타점으로 활약했다. 2개의 홈런 중 하나는 1-7에서 본격적인 추격을 시작케 하는 솔로홈런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9회말 7-8에서 경기를 끝내는 투런홈런이었다.
이날 이전까지도 33경기에서 9홈런으로 장타력을 뽐냈던 브라운은 이번 시즌 새로 한국에 온 외국인 타자 중 대표적인 효자 외인으로 꼽힌다. 34경기를 치른 브라운은 타율 2할8푼6리, 11홈런 28타점으로 중심타선에서 큰 몫을 해주고 있다. 도루도 3번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사실 SK가 브라운을 쉽게 데려온 것은 아니다. 거포형 외야수인 만큼 브라운을 탐내는 팀들이 꽤 있었다. 대표적으로 두산도 브라운을 영입 리스트에 올려뒀던 팀 중 하나다. 이외에 라쿠텐 골든이글스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 사이 SK는 외야수 제이슨 프라이디와 계약할 것으로 보여 브라운 영입전에서 빠지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프라이디의 금지약물 징계 이력으로 인해 SK는 새 외국인 타자를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두산은 외야수인 브라운보다 3루수, 1루수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어 전술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잭 루츠를 영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러면서 브라운은 총액 80만 달러에 SK의 차지가 됐다. SK는 상황이 급변하며 당초 예상됐던 금액보다 적은 돈으로 브라운을 데려올 수 있었다.
두산과 SK의 엇갈린 선택은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브라운은 조금씩 장타력을 발휘하며 지난해 잘못된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진통을 겪었던 SK를 안심시켰다. 문제만 일으키고 떠난 루크 스캇(33경기 6홈런 17타점)이 쌓아둔 기록은 이미 모두 넘어선지 오래다. 반면 루츠는 좀처럼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포지션 특성으로 인해 주전 외야수 3명의 자리가 확고한 두산에서는 브라운보다 전술적 활용 가치가 높았던 루츠였지만, 몸 상태가 완전했던 적이 없었다. 결국 루츠는 8경기에서 타율 1할1푼1리, 1홈런 3타점이라는 초라한 기록만 남기고 떠났다. 이제는 두산도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하며 팀에도 쉽게 녹아들 수 있는 새로운 선수를 찾는 중이다.
14일 맞대결에서는 브라운과 관계가 있던 두 팀의 운명이 가장 극명하게 갈렸다. 브라운을 품에 안은 SK는 끝내기 승리의 희열을 맛봤다. 반면 두산은 2회초까지 7-0으로 크게 앞서던 경기를 놓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루츠를 대신할 외국인 선수가 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외인 타자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브라운을 잡은 SK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두산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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