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속도↑’ 서진용의 무궁무진 가능성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5 05: 58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많다. 하지만 정말 위력적인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별로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단순히 구속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진용(23, SK)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 가뜩이나 빠른 공의 체감속도는 구속 이상이다. 공에 힘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원동력이 있다.
13일 인천 두산전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한 서진용은 오재원에게 2점 홈런 하나를 맞으며 실점하기는 했으나 강속구 승부로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최고 구속 151㎞까지 나온 빠른 공을 배짱 있게 던지며 두산의 타자들과 좋은 승부를 했다. 여기에 빠른 공과 짝을 이루는 포크볼을 섞으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리그 최고의 타자라는 김현수에게 빠른 공 네 개를 연거푸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고 베테랑 홍성흔은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14일 두 팀의 대결을 앞두고도 서진용의 데뷔전은 화제였다. 김용희 SK 감독부터 흐뭇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수확으로 손꼽았다. 지난해까지 SK에서 코치 생활을 했던 김태형 두산 감독도 칭찬했다. 김태형 감독은 “정말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인데 제구가 잘 안 됐다. 상무에서 제구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보니 150㎞를 던지고 포크볼까지 던지더라”라며 일취월장한 기량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날 최고 구속은 151㎞였지만 대부분의 공은 145~148㎞ 정도에 형성됐다. 막상 150㎞를 넘는 공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진용은 “처음 올라갔을 때 킥 동작에서의 밸런스가 잘 안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최고 구속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였다. 사실 145~148㎞ 정도는 이제 리그에서 어느 정도 대중화(?)된 구속이다. 그렇다면 두산 타자들은 왜 서진용의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지 못했을까. 처음 보는 선수라 이른바 ‘낯가림’도 분명 있었겠지만 구속 이상의 체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서진용의 공을 받은 포수 이재원은 “빠른 공 구위가 워낙 좋았다. 바깥에서 볼 때는 ‘칠 만 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타석에 들어서면 그렇지가 않다. 공에 힘이 있고 생각보다 더 빨리 홈 플레이트로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결은 투구시 왼발을 내딛는 스트라이드의 폭에 있다. 서진용은 “보통 7발 반 정도를 앞으로 나간다”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MLB)의 투수들은 대개 자신의 신장의 80~90% 정도를 스트라이드 폭으로 밟는다. 너무 넓게 밟아도 신체 밸런스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184㎝의 키인 서진용의 정상적인 스트라이드 폭은 150㎝ 가량이다. 보통 국내 투수들도 6발 정도를 밟는다. 그러나 서진용은 남들보다 한 발에서 한 발 반을 더 밟는다. 신장의 100%에 이르는 것이다.
스트라이드가 넓다는 것은 그만큼 공을 앞에서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구속이라도 홈 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더 짧을 수밖에 없다. 체감 구속이 좋은 이유다. 이효봉 SKY SPORTS 해설위원은 “스트라이드가 넓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밸런스가 깨질 수 있고 릴리스포인트가 낮아져 공의 각도를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라면서도 “서진용의 경우는 하체가 잘 받쳐주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밟으라고 하면 하지 못할 것이다. 투구이니 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스트라이드를 감당할 수 있는 축복받은 하드웨어라는 의미다.
김원형 SK 투수코치 역시 “하체가 탄탄하다. 스트라이드가 넓은 선수는 투구시 뒷발이 마운드에 붙어 있느냐의 싸움인데 첫 경기는 뜨지 않았다. 그렇다면 좋은 승부가 된다”라고 말했다.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하체만 버텨준다면 서진용의 강속구를 살리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공의 회전력도 좋다는 것이 김 코치의 설명이다. 빠른 구속에 회전력까지 좋으면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덩달아 뛸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은 다듬어야 할 것이 많은 유망주다. 분명 위기가 올 것이고 시련도 찾아온다. 팬들의 기대치에 만족하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김 코치도 “나도 기대가 크지만 아직은 아니다. 많이 맞아봐야 한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혹독한(?) 미래를 예고했다. 서진용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마냥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다. 새 무기를 갈고 닦으며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슬라이더다.
서진용은 원래 슬라이더와 커브도 던졌지만 이 구종조차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빠른 공 타이밍에 배트를 내다가 변화구가 맞는 경우도 있었다. 서진용의 고민거리였고 컷패스트볼 등 다른 구종을 연마하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슬라이더 구속을 130㎞ 초반까지 떨어뜨리며 구속차를 뒀다. 2군에서 많이 던지고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위력적인 빠른 공, 낙차 큰 포크볼, 그리고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가 잘 조합된다면 시행착오는 올 시즌에서 끝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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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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