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세단의 대표주자 ‘프리우스’에다 의미 있는 모험을 감행했다. 타고난 ‘효율성’에 ‘실용성’의 가치를 얹는 시도다. 차체를 키우고 실내 공간을 넓혀 ‘효율적이지만 공간에서 아쉬웠던’ 단점을 보완했다.
이 같은 시도를 두고 ‘모험’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덩치를 키우는 일이 ‘효율성’에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프리우스’가 갖고 있는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용성을 극대화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을 터다.
‘프리우스 V’는 ‘효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실용성’에 가치를 두고 태어났다. 흔한 표현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임무가 ‘프리우스 V’에 주어졌다.

지난 4월 3일, 일산 KINTEX ‘2015 서울모터쇼’에서 프리우스V가 처음 공개 됐을 때만 해도 그저 ‘좀더 길어진’ 프리우스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승행사장에서 본 ‘프리우스V’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도로를 달리고 있는 뒷모습은 흡사 ‘SUV’와 닮아 있었다. 조심스럽게 ‘콤팩트 SUV’의 범주에 넣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일단 커진 덩치는 생각 보다 넓은 공간을 만들어 냈다. 제원상으로는 프리우스에 비해 전장이 165mm, 전고가 95mm, 전폭이 25mm 커졌다. 각각의 수치로만 보면 별거 아니다. 하지만 실내 공간은 ‘프리우스’와 한눈에 다른, 넉넉함을 준다.
‘콤팩트 SUV’ 같았던 느낌이 단지 시각적인 효과 때문만은 아니었다. 뒷 지붕을 사각에 가깝게 끌어내면서 새로 확보한 공간은 실내에서는 동굴처럼 커보였다. 지붕 끝에 루프 스포일러를 달아 공간을 넓히면서 잃을 수 있는 효율을 공기역학으로 보완했다. 2열 시트는 폴딩이 될 뿐만 아니라 60:40으로 분할도 가능하도록 했다. 2열시트를 접으면 적재공간은 무려 1,905리터나 나온다. SUV와 맞먹는 수준이다.
대개의 콤팩트 SUV가 해내지 못하는 기능도 있다. 유행처럼 콤팩트 SUV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콤팩트 SUV의 뒷좌석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좁기도 하고 뒷좌석 각도 조절도 안 되는 차량이 많다. ‘프리우스V’는 앞뒤로 75mm가 이동이 가능하고 앞쪽으로 4단계, 뒤쪽으로 10단계까지 시트의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을 놀이터처럼 여기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권태로움에 맞설만하다.

‘실용성’을 확인한 프리우스V가 이제 보여줘야 할 과제는 ‘효율성’이다. 커진 덩치와 실용성은 눈과 승차감으로 확인을 했고, 프리우스 본연의 연비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프리우스 V’의 공인 복합연비는 17.9km/l다. 대개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그렇듯이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 도심이 18.6km/l로, 고속도로 17.1km/l 보다 더 나온다. 복합연비는 3세대 프리우스의 21.0km/l에 비해 3km/l 남짓 떨어지는 수치다.
서울 잠실을 출발해 춘천에 있는 제이드가든을 다녀오는 왕복 120km 시승길에서 확인하고 싶은 사항도 ‘프리우스V’가 과연 어떤 수준의 연비를 낼 수 있을까였다.
사실 연비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크게 좌우 된다. 운전 스타일에 따라 개인 편차가 크다. 시승행사를 연 한국토요타자동차에서도 이 점을 감안해 고연비 레이스를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코스를 달리 게 한 뒤 트립상 연비를 재는 방식이다. 통상적인 운전 조건에서 어느 정도까지의 연비를 뽑아 낼 수 있는 지를 경쟁 방식으로 알아보는 테스트다.
누구나 마음 먹기에 따라 연비 운전을 할 수 있고, 반연비 운전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똑 같은 연비 운전을 해도 고연비를 낼 수 있는 차와 그렇지 못한 차는 분명히 구분이 된다. 이런 테스트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프리우스를 선택한 운전자가 운전을 험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도 있다.

‘프리우스V’로부터 높은 연비를 끌어내는 비법은 적절한 ‘하이브리드’의 활용이다. 가속페달과 감속페달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출발 시 약간은 답답한 마음이 덜더라도 차가 충분히 가속력을 얻을 때까지 천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추가속을 낼 때도 마찬가지. 급가속을 피하는 게 하이브리드 차량 연비 운전의 기본이다.
‘프리우스V’도 저속 구간에서는 알뜰하게 배터리로 달리도록 구성 됐다. 가솔린 엔진을 최대한 쓰지 않기 위해서는 운전과정에서 틈틈이 충전을 하고, 충전된 배터리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주는 게 제일이다.
내리막길에서는 가속페달에서 완전히 발을 떼는 ‘퓨얼컷’ 기능을 활용했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리막길에서 발생하는 관성 에너지를 충실히 배터리에 담아 모았다. 신호가 걸려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충전이 가장 강력하게 이뤄졌다.
변속기의 ‘B모드’를 활용하는 것도 재미 있었다. B모드는 일종의 엔진 브레이크 모드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충분히 예견 될 때 쓰면 효과적인 모드로 변속기를 B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차량에는 엔진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배터리 충전모드로 전환이 된다.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이면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재미가 스티어링휠 옆 변속기 ‘B모드’에 갖춰져 있었다.

이 과정을 거쳐서 기자와 동승자가 운전한 차량의 트립상 연비는 24.8km/l가 나왔다. 최고 연비를 기록한 차량은 25.5km/l였고, 최저 연비는 15.4km/l 였다. 2명씩 탑승한 9개조가 연비 테스트에 참가했는데 7개조가 20km/l를 넘겼다. ‘프리우스V’의 효율성이 확인 되는 순간이었다.
‘프리우스 V’의 ‘V’는 ‘Versatility’에서 따왔다. ‘다재다능함’을 뜻하는 단어다. 하이브리드의 효율과 콤팩트 SUV의 실용성을 두루 갖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패밀리카가 갖춰야 할 안전성에 대한 입증 자료도 있다. 2015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테스트에서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에 선정 됐다. 스몰오버랩(전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안전성이 크게 개선 돼 TSP+ 등급을 받았다. 운전자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총 7개의 에어백이 기본 장착 돼 있어 ‘가족형 차량’이 갖춰야 할 요건들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2g/km에 불과해 1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프리우스V’의 판매가는 3,88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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