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막내였던 박은선(29, 로시얀카)이 맏언니로 신분 상승해 본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꿈의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윤덕여호의 월드컵 최종 명단이 지난 15일 확정됐다. 공격 삼각편대인 박은선,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여민지(대전스포츠토토) 등 23명의 선수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골키퍼 윤사랑(화천 KSPO)과 미드필더 박희영(대전스포츠토토)이 낙마의 아픔을 겪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 2003년 처음으로 미국 월드컵에 출전한 이후 12년 만에 꿈의 무대를 노크한다. 월드컵은 세계 강호들이 한 데 모이는 무대. 아시아 강호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더 빠르고 강한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선수도 최전방 스트라이커 박은선과 최후방을 지키는 김정미(현대제철)가 유이하다. 12년 전 막내로 꿈의 무대를 밟은 박은선은 "첫 월드컵 땐 굉장히 어렸다. 언니들은 죽기 살기로 뛰었지만 난 경기장에서 구경만 했다"며 "너무 어린 나이에 큰 대회를 나갔기 때문에 얼어서 아무 것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박은선은 꿈에 그리던 월드컵 출전 뒤 안팎으로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수 년간 그라운드를 떠나 방황했다. 그런 그가 두 번째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를 아로새겼다. "그간 축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방황도 하고 운동도 그만뒀었는데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대표팀에 다시 왔을 때 정말 연락을 많이 받았다. 다시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중요한 월드컵이라 잘해야 한다."
박은선은 본인과 한국에 특별한 두 번째 월드컵 무대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12년 전 막내의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골키퍼 김정미(31)와 전민경(30)에 이어 대표팀 내 서열 세 번째로 올라선 박은선은 "월드컵을 경험해본 선수들이 나와 정미 언니 뿐이지만 다른 대회를 많이 경험해본 이들이다. 긴장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으면 충분히 잘할 것이다. 서로 믿고 있고, 즐거운 분위기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일단 목표인 첫 승을 하면 그 뒤론 쭉 잘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우리 할 것만 잘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며 경험자의 여유를 보였다.
박은선에게 이번 월드컵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대표팀의 맏언니로서 스스로 어깨에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졌다. "나는 이제 선수 생활이 몇 년 안 남았다"는 그는 "동생들과 후배들은 더 좋은 환경과 지원 속에 축구를 하면 좋겠다. 많은 팬들 앞에서 WK리그가 열렸으면 한다. 대표팀이 잘해야 팬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 수 있다. 동료들과 '잘하자. 일을 내보자'라고 격려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은선은 "첫 승이 가장 큰 목표다. 경기당 1골 혹은 공격포인트를 올려 팀의 승리와 호성적을 돕겠다"며 "러시아 생활은 힘들었지만 발전할 수 있는 계기였다. 체격이 크고 빠른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도움도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은선은 이번 월드컵서 지소연, 여민지 등과 함께 역대 최강의 공격진을 형성해 국내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 유이하게 활약하고 있는 지소연과의 호흡은 월드컵 첫 승 열쇠로 꼽힌다. 박은선은 "소연이는 워낙 잘하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라면서 "나만 잘하면 팀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건은 박은선의 몸 상태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그는 "양 쪽 발목이 아프지만 의무팀이 치료를 잘해줘서 좋아지고 있다. 이번 주까지 회복과 재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참여한 뒤 미국 전지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오는 18일 오후 5시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20일 미국으로 출국해 담금질에 돌입, 6월 6일부터 7월 5일까지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2015 FIFA 여자월드컵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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