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인터뷰①]이민규, "OK 배구가 더 재밌는 이유요?"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5.16 04: 50

"앞서 있다가 패하기도 하고, 지고 있다가 이기기도 한다."
지난 시즌 남자 프로배구의 왕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OK저축은행이 차지했다. '절대강자' 삼성화재를 따돌리고 창단 2년 만에 처음으로 V리그 정상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5연승, 무결점 우승 신화를 썼다. OK는 플레이오프서 한국전력에 2연승을 거둔 뒤 챔피언결정전서 7연패 신화의 삼성화재를 만났다. 이변을 일으켰다. 무실 세트 2연승을 거두며 삼성화재를 벼랑 끝에 몰더니 3차전서 기어코 우승을 확정했다. OK는 내친김에 일본 V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JT 선더스를 제압하며 한-일 V리그 탑매치 우승컵도 품에 안았다. 꿈만 같던 최고의 한 시즌이었다.
OK의 승승장구 원동력엔 '스타 플레이어' 김세진(41) 감독의 지도력이 첫 손에 꼽힌다. '괴물' 시몬(28)의 영향력도 상상 이상이었다. '경기대 3인방' 이민규, 송희채(이상 23), 송명근(22)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배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세터인 이민규는 코트의 사령관으로 동료의 입맞에 꼭 맞는 토스를 배달했다. 자신의 주방에서 요리를 하듯 익숙하게 훌륭한 상을 차렸다. OK 훈련장인 용인 대웅경영개발원에서 그를 만났다.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많은 감정들이 오간 시즌이었다"고 말문을 연 이민규는 "힘들 때마다 프로 1년 차보다 2년 차에 더 힘들었는데 4~5년 차가 되면 더 힘들겠구나 생각하니 많이 참고 견딜 수 있었다"며 "대학교 때까진 몸으로 하면 되니깐 정신적으로 힘든 게 없었다. 프로에 와서는 성적의 압박도 받고, 기량 발전이 늦어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곽명우(24)와 주전 경쟁은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이민규는 "감독님이 나를 먼저 넣어주시는데 못해서 코트 밖으로 나갈까봐 부담이 많이 됐다. 내가 빠지면 '지금은 명우 형이 더 잘하고 나보다 팀에 더 잘 맞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노력을 많이 안하는 편인데 올해 참 많이 노력했다. 선, 후배들도 다 안다. 명근이와 10년 가까이 배구를 했는데 이런 내 모습을 처음 보고 '너 왜 그러냐'는 말도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민규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준 건 독서였다. "자기계발서 책을 많이 읽었다. 긍정적인 문구가 많았다. 글씨만 봐도 졸음이 올 정도로 책과 거리가 멀었었는데 아는 지인에게 책을 선물을 받은 뒤 좋아서 그 뒤로 쭉 읽었다. 자기 전에 10~20분 정도 읽으면 걱정이 사라지고, 하루를 긍정적으로 열어주는 힘이 됐다."
고진감래였다. 동료들과 함께 '절대강자' 삼성화재의 8연패를 저지했다. "첫 우승이라 당연히 특별하다"는 이민규는 "하지만 경기를 하고 있을 때조차 불안했다. 언제 삼성화재가 올라올지 몰랐다. 1세트를 이겨도 2세트서 허무하게 지는 게 배구다. 삼성화재가 쉽게 질 팀이 아니라 항상 불안했고, 긴장을 풀지 못했다"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똘똘 뭉친 게 우승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이민규는 아마 시절부터 수 년간 한솥밥을 먹은 송명근과 송희채에 대해 "올 시즌 좋았던 것과 우승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지만 다음 시즌 걱정을 더 많이 한다"며 "더 잘해야 한다. 머물러 있으면 퇴보한다. 더 올라가야 되기 때문에 팀의 모든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규는 OK의 배구가 신명 나는 이유도 명백히 밝혔다. "우리 배구는 재미있다. 앞서 있다가 패하기도 하고, 지고 있다가 이기기도 한다. 안좋게 말하면 기복이 있지만 방송사나 팬들은 좋아 한다"는 이민규는 "우리만의 배구를 더 보여주고 싶다. 포메이션 자체가 다른 팀과는 조금 다르다. 시몬이 센터로 뛰니 기존의 외국인 선수와는 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어 더 재밌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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