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오후 2시40분 한화 선수들과 코치들까지 선수단 전원이 모였다. 1루 홈 덕아웃 앞에 한데 모여 둥근 원으로 섰다. 잠시 후 김성근 감독이 선수단 앞에 등장했고, 주장 김태균이 대표로 김 감독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선수단 전체가 김성근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한 것이다. 선수들이 단체로 박수를 치며 김 감독에게 스승의 날 인사를 했고, 김 감독도 모자를 벗어 웃으며 고마움의 화답을 전했다. 연일 거듭된 승부로 지친 김 감독이 모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어 깜짝 놀랄 장면이 나왔다. 선수들이 다 같이 스승의 은혜를 합창했고, 그 순간 두 명의 선수가 둥근 원 안으로 등장했다. 전날 데뷔 첫 승을 거둔 투수 김기현과 그의 선배 정대훈이 갑자기 김 감독을 바라보며 양 팔을 벌려 숭배하는(?) 춤을 췄다. 모두가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이 갑자기 춤을 추더라. (야구) 연습은 안 하고 춤 연습만 했나 보다"며 웃은 뒤 "스승의 날 선수들이 이렇게 이벤트를 해준 건 처음이다"고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지도자 생활만 40년이 넘는 김 감독이지만 시즌 중 이렇게 춤을 추며 선수들이 웃음을 준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깜짝 이벤트 속에서도 야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정대훈과 김기현은 공을 던질 때도 춤을 추던 것처럼 유연하게 던졌으면 좋겠다"는 당부와 함께 "선수들이 경기를 이겨주는 것만큼 고마운 것도 없다"는 말로 스승의 날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이벤트는 이벤트, 경기는 경기였다.
그러나 한화의 선수들은 스승의 날 승리까지는 선물하지 못했다. 이날 넥센을 맞아 3-6으로 역전패한 것이다. 특히 3회 무사 1루에서 이성열의 투런 홈런 이후 9회까지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졌다. 투수들이 그런대로 넥센의 강타선을 막아줬기 때문에 타선 침묵은 더 뼈아프게 느껴졌다.
경기에서 패한 김 감독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경기 종료 시간은 밤 9시38분. 그로부터 20분도 되지 않은 9시55분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아직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않은 관중들이 김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라운드에는 배팅훈련을 위한 장비들이 세팅되기 시작했다. 역시 '특타'였다.
정근우를 비롯해 김경언 조인성 이종환 강경학 등 5명의 타자들이 김성근 감독과 야밤의 특타를 실시했다. 김 감독은 직접 토스 배팅을 올려주며 타자들의 타격을 일일이 지도하고 나섰다. 홈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떠나던 관중들은 김 감독과 선수들의 이름을 크게 연호하며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 '야밤의 특타'가 만들어낸 진풍경. 패배 앞에 김 감독은 스승의 날도 잊은 채 더욱 혹독하게 훈련에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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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