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처음이야".
한화 김성근 감독은 적잖게 감동을 받은 표정이었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 한화 선수단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경기 전 연습시간을 쪼개 선수들이 1루 덕아웃 앞에 모였다. 이어 김성근 감독이 등장했고, 선수들은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감사함을 나타냈다. 투수 정대훈·김기현이 대표로 노래와 함께 춤을 췄고, 선수단과 김 감독 모두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이 갑자기 춤을 추더라. (야구) 연습은 안 하고, 춤연습만 했나 보다"며 웃은 뒤 "스승의 날 선수들이 이렇게 이벤트를 해준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늘 승부의 세계에 있느라 이런 이벤트는 처음이었다. 이것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주장 김태균(33)이었다.

김태균은 "선수들이 다 같이 준비한 것이다"며 손사래 쳤지만, 춤을 춘 김기현은 "태균이형이 시켜서 급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선수단 대표로 스승의 날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고, 연일 계속되는 혈전에 지친 김성근 감독에게 잠시라도 웃음을 주고 싶었다. 5분 남짓한 시간에도 진한 감동을 안겼다.
올 시즌 다시 주장 완장을 찬 김태균의 캡틴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김성근 감독이 한화 부임 직후 김태균을 주장으로 낙점했고, 그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솔선수범했다. 캠프 때부터 열외 없이 누구보다 많이 펑고 훈련을 받으며 몸을 굴렀고 선수들도 그의 훈련을 보며 따랐다.
시즌 전후로 FA·신인·트레이드 등으로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그들이 어색하지 않게 융화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허도환은 "트레이드되기 전 한화에 아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지만 이제는 다 적응됐다. 태균이형이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워했다. 시즌 전 자신을 '신고선수'라고 소개한 어린 선수에게도 "어디 가서 신고선수라고 말하지 마라. 우린 다 같은 한화 이글스 선수다. 같은 프로선수로서 자부심을 갖고 뛰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캡틴 리더십이다.
최근에는 허벅지 통증으로 선발에서 빠져있지만 공수교대 때마다 덕아웃 가장 앞에서 선수들이 맞이해주는 것도 김태균이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공수교대 때 미팅으로 분위기를 다잡기도 한다. 그는 "별로 하는 것 없다. 투수들이 잘하는데 야수가 실책하면 서로 더 도와주고 파이팅하며 힘내자고 격려하는 게 전부"라고 말한다. 하지만 SK 주장 출신 정근우는 "분위기가 산만하거나 안 좋을 때 태균이가 모은다. 주장으로서 리드를 잘해줘 선수들도 믿고 태균이를 잘 따른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도 "김태균이 주장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팀을 이끄는 리더십뿐만 아니라 4번타자로 타선의 중심도 확실히 잡아주고 있다. 35경기 타율 2할9푼6리 29안타 7홈런 27타점을 기록 중이다. OPS 전체 5위(1.074)에서 나타나듯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김태균은 "주장이라고 해서 크게 좋은 건 없다. 머리 아프고 피곤한 게 크다"면서도 부드러운 캡틴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주장을 맡는 선수들이 유니폼에 캡틴을 의미하는 'C'자를 새겨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태균은 그런 것 없이 나머지 선수들과 차별화하지 않는다. 개인보다 팀, 하나됨을 앞세운다. 김성근 감독도 인정한 '캡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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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