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피츠버그)가 메이저리그(MLB) 데뷔 이후 처음으로 중심타선에 포진돼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안타를 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강정호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5번 유격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6번의 기회에서 세 차례 삼진을 당하는 등 무안타로 침묵했다. 타율은 종전 2할9푼8리에서 2할7푼까지 크게 떨어졌다. 지난 13일 필라델피아전부터 3경기 연속 무안타다. 수비에서는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역시 방망이가 아쉬웠던 한 판이었다.
15일 필라델피아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자 시즌 15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여기에 MLB 데뷔 이후 처음으로 5번 타순에 투입되며 클린트 허들 감독의 기대치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올 시즌 피츠버그는 5번 타순 타율이 1할9푼에 그치며 MLB 전체 29위에 머물고 있었다. 최근 타격 컨디션이 좋은 강정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험대에 선 셈이었다.

첫 두 타석에서는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컵스 선발 카일 헨드릭스를 상대한 강정호는 1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피츠버그는 1사 후 워커가 2루타, 매커친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득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마르테가 유격수 인필드 플레이로 물러났고 강정호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2S 상황에서 체인지업 두 개를 잘 고른 강정호는 5구째 91마일(147㎞) 커터를 노렸으나 파울이 됐다. 결국 6구째 89마일(143㎞) 싱커에 헛스윙을 해 기회를 놓쳤다.
피츠버그는 0-0으로 흘러간 3회 브라이언트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선취점을 뺏겼다. 그리고 강정호는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3구째 가운데에 몰린 88마일(142㎞) 싱커를 노렸으나 방망이에 완벽히 맞지 않으며 내야를 넘기는 데 실패했다. 피츠버그는 4회 알바레스의 우월 솔로 홈런으로 1점을 추격했으나 오히려 4회 수비에서 리조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맞는 등 2실점했고 5회에도 추가 2실점하며 1-7까지 점수차가 벌어졌다.
강정호는 6회 1사 1루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초구 싱커를 잘 고른 강정호는 2구째 86마일(138km) 싱커가 존으로 들어오자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정확한 타이밍에 맞지 않았고 결국 좌익수 뜬공이 됐다. 파울이 될 궤적으로 보였으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분 바람 탓인지 타구는 야속하게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왔다.
피츠버그는 6회 1사 만루에서 서벨리의 싹쓸이 적시타, 그리고 대타 하트의 적시타를 묶어 4점을 추격했다. 이런 흐름에서 강정호는 5-8로 뒤진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상대 투수는 왼손 작 로스컵. 그러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로스컵이 던진 연속 3개의 슬라이더에 볼 카운트가 1B-2S로 몰린 강정호는 4구째 빠른 공을 커트해 냈고 5구째 빠른 공도 골라냈으나 결국 6구째 몸쪽 낮은 빠른 공에 헛스윙하며 이날 두 번째 삼진을 기록했다.
피츠버그는 5-10으로 뒤진 8회 해리슨이 중월 솔로포를 터뜨렸고 이어진 2사 1,2루에서는 '선장' 매커친이 좌중월 3점포를 터뜨리며 9-10, 1점차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 덕에 강정호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9-10의 점수가 유지된 9회 선두타자로 나서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컵스 마무리 론돈을 상대한 강정호는 첫 2개의 공을 지켜보며 스트라이크를 당했다. 3구째 바깥쪽 빠른 직구를 지켜본 강정호는 결국 4구 87마일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2사 후 해리슨의 2루타와 폭투로 불씨를 살렸고 서벨리가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기어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10회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멜란슨은 안타 2개를 허용한 뒤 고의사구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시저 타석에서 내야 5인 시프트를 사용하는 등 강수를 쓴 끝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태그업하던 3루 주자 카스트로도 홈에서 처리하며 최대 위기를 넘기고 포효했다.
이에 강정호에게 또 다시 기회가 왔다. 11회초 선두타자로 나섰다. 그러나 러셀의 3구째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돌린 것에 제대로 맞지 않으며 유격수 앞으로 힘 없이 구르는 타구가 됐다. 결국 피츠버그는 12회 점수를 내지 못했고 12회 마운드에 오른 리즈가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무너졌다. 극적이었다. 12회 1사 만루에서 다시 시저의 타석과 내야 5인 시프트가 돌아왔다. 시저가 10회와 마찬가지로 우익수 방면의 얕은 타구를 쳤으나 폴랑코가 걸음이 꼬인 끝에 넘어지며 끝내기 안타가 됐다. 이번에는 3루 주자 카스트로가 안전하게 홈을 밟았다. 폴랑코의 개인 통산 두 번째 끝내기 실책.
피츠버그 선발 제프 로크는 3.2이닝 동안 6피안타(2피홈런) 5실점하는 등 부진한 끝에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컵스 선발 헨드릭스도 5.2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5실점을 기록,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으나 불펜의 방화로 결국 첫 승 달성에 실패했다.
타선은 양팀 모두 활발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뒤에 위치한 알바레스(3안타), 해리슨(4안타)이 모두 홈런포릍 터뜨렸고 서벨리가 4타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서서히 수렁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매커친의 홈런포도 위안이었다. 컵스는 2번으로 포진된 리조가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브라이언트는 시즌 4호 홈런을 터뜨리는 등 4타점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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