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 과시’ 정우람, 불펜 최고액 예약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6 06: 56

말 그대로 건재 과시다. 2년의 공백을 찾아볼 수가 없다. SK의 필승 자물쇠 정우람(30)이 화려한 복귀 시즌을 만들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찾아올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에서도 대박이 예상된다.
정우람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 요원’이라는 익숙한 자신의 타이틀을 되찾았다. “2년간 군 복무로 시즌 초반에는 고전하지 않겠느냐”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를 철저하게 비웃고 있다. 올 시즌 20경기에 나가 18⅓이닝을 던지며 3승1패9홀드 평균자책점 2.45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15일 LG와의 경기에서도 5-2로 앞선 7회 선발 메릴 켈리를 구원해 1이닝 동안 두 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퍼펙트로 등판을 마쳤다.
정우람의 가치는 단순한 평균자책점만 봐서는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정우람보다 좋은 평균자책점을 가지고 있는 투수는 있지만 정우람보다 더 좋은 세부내용을 가진 선수는 없다고 봐도 되는 까닭이다. 정우람은 올 시즌 1할1푼7리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다. 이는 15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투수 중에서는 심동섭(KIA, 0.154)에 크게 앞서는 압도적인 리그 1위 기록이다. 피출루율(.232)도 1위, 피장타율(.150)도 1위다. 피장타율의 경우는 환상적인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또한 0.87에 불과하다. 1이닝을 소화할 때 1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탈삼진은 29개나 잡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은 무려 14.24개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강속구 계투요원인 조상우(넥센)의 기록이 9.73개임을 고려하면 정우람의 위력을 알 수 있다. 기출루자 16명 중 홈을 허용한 주자는 단 1명으로 이 비율은 6.3%다. 정우람과 함께 최고로 평가받는 안지만(삼성, 23.1%) 이동현(LG, 33.3%) 조상우(28.6%)의 기록과 비교하면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활용성은 여전하다. 좌타자 피안타율은 1할, 우타자 피안타율도 1할3푼3리로 고른 성적을 내고 있다. 1~15구를 던졌을 때의 피안타율은 1할에 불과하다. 반대로 연투도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정우람은 이틀 연속 던졌을 때의 평균자책점이 0(6경기, 4⅔이닝)이다. 어떤 기록을 봐도 ‘최고’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정우람의 가세로 안정을 찾은 SK 불펜도 삼성과 리그 최고를 다투는 중이다.
이런 정우람의 행보가 더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정우람도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일생일대의 대박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 지난 2년간 남몰래 땀을 흘린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대박 자격이 있음을 증명한 정우람의 행보는 리그 최고의 화제를 불러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정우람이라는 불펜투수는 어떤 팀에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시장 가치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원 소속팀인 SK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FA시장에서 5명을 모두 잡는 성과를 거둔 SK는 올해도 정우람을 비롯, 정상호 윤길현 박정권 박재상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는다. 다들 팀 전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라 엄청난 실탄을 준비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보이는 선수는 단연 정우람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단계는 아니지만 섭섭지 않은 대우를 해준다는 방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라는 내부 계산은 이미 서 있다.
금액이 관건이지만 “오히려 정우람 같은 선수의 계산이 더 쉽다”라는 게 SK 내부의 분위기다. 잡아야 할 당위성이 확고한 선수인 데다 그러려면 큰 금액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도 이견이 없어서다. 기준선도 있다. 지난해 안지만(삼성)이 기록한 4년 65억 원이다. 불펜투수로서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정우람의 팀 공헌도는 안지만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건 팀에서도 인정한다. 부상 등 엄청난 돌발변수가 없는 이상 가치와 경쟁을 고려하면 그 금액 이상 제시가 현실적이다. 불펜 최고액 작성에 파란 신호등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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