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타 침묵’ 강정호, MLB 분석 시작됐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6 08: 23

강정호(28, 피츠버그)가 3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그 가운데에는 메이저리그(MLB)의 철저한 분석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빠른 공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강정호에게 ‘똑바로 가는 공’을 주지 않기 시작했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는 것이 중요해졌다.
강정호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5번 유격수로 출전했으나 6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타율은 종전 2할9푼8리에서 2할7푼까지 떨어졌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적도 있었으나 진루타를 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3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 5월 11일 3할3푼3리까지 올랐던 타율도 상당 부분 깎아 먹었다.
물론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할 수도 있다. 매번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하나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2경기였다. 한국에서 잘 보지 못했던 수준급 변형 직구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하고 상대 투수의 변화구 승부에 말려들지 않는 선구안과 인내심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도 강정호는 컵스 선발 카일 헨드릭스의 커터와 싱커에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이미 한 번 상대한 선수라 좋은 결과가 예상됐으나 변형 직구를 존 근처에 뿌리며 강정호의 방망이를 유혹한 헨드릭스가 완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헨드릭스는 홈 플레이트에서 변화하는 공으로 강정호를 상대해 재미를 봤다. 첫 타석에서는 체인지업을 연달아 던진 끝에 커터와 싱커로 승부를 봤고 두 번째 타석에서도 스트라이크존에 형성되는 싱커로 강정호의 정확한 타격을 막았다.
두 번째로 상대한 왼손 투수인 로스컵도 초반에는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아 나갔다. 그리고 몸쪽을 파고드는 빠른 공으로 결국 헛스윙을 유도했다. 9회 타석에서도 론돈은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활용했고 강정호는 이에 대비를 하지 못하며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11회 타석도 슬라이더에 당했다.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으나 결국 ‘똑바로 오지 않는 공’에 다소간 고전한 경기라고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장타를 의식한 몸쪽 승부도 이어졌다. 이런 경향은 15일 필라델피아전에서도 드러났다.
실제 강정호는 올 시즌 빠른 공에 대단한 강점을 보였다. ‘브룩스베이스볼’의 자료에 의하면 15일까지 강정호의 포심패스트볼 타율은 무려 5할2푼6리였다. 2루타 이상의 장타도 5개나 됐다. 비교적 익숙한 구종인 슬라이더 타율도 3할3푼3리로 괜찮았다. 그러나 변형 직구에는 약했다. 싱커 타율은 7푼7리였고 커터는 단 하나도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있었지만 MLB급 위력을 가진 선수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간 적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강정호의 장점이 빠른 공 승부라는 것이 드러난 만큼 이제 상대도 빠른 공이라는 먹잇감을 최대한 주지 않기 노력할 것은 분명하다. 결국 강정호가 MLB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다양한 구종에 일정 수준 이상의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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