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 "칸 오자마자 짐 분실, '멘붕' 연속" [제68회 칸영화제]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5.16 18: 27

배우 고경표가 칸을 찾았다. 제 68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폴룩스픽쳐스)을 위해서였다.
그는 16일 오전 11시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인터내셔널 빌리지 인근 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날 입국한 그는 지난 밤 짐 분실로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이내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극중에서는 일영(김고은)을 위협하는 건달 치도 역을 맡아 거친 면모를 보여줬지만, 스크린을 벗어난 그는 밝고 건강한 20대 청년이었다.
이하 일문일답.

-사비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대학생이니까 숙소비는 나오더라. 그래서 왔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짐을 잃어버렸다. 티켓도 하루를 앞당겨 잘못 끊었다. (웃음) 처음 유럽 여행이다. 아직 본 것이 없다. '멘붕'의 연속이었다가 이렇게 한국 분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의상은 어떻게 준비했나.
"죽으란 법은 없더라. 옷은 빌렸다. 선글라스는 다행히 내 것이다."
-본인의 출연작이 칸에서 소개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서구권 영화를 보면서 자라서 내가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감정선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내가 한 연기를 보면서 그들이 보기엔 어색하지 않을까, 한국적인 정서를 보면서 자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다. 한편 기대가 된다. 평가를 내려도 내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웃음) 놀러 온 게 좋다. 칸영화제는 권위적인 영화제였기 때문에 '내가 올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오게 됐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 방문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던 형이 파리에 있다. 그분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많은 걸 하고 싶다. 언어의 소통이 큰 장벽으로 다가오더라. 많이 걷고 혼자만의 생각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감성적으로 외로워진 다음에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나탈리 포트만을 좋아한다. '레옹'을 인생의 영화로 꼽는데, 12세의 나이에 마틸다 역을 연기할 수 있는 여배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비에 돌란과 레아 세이두도 보고 싶다. 일단 다음달에 금주, 금연을 하기 전에 술을 많이 마실 생각이다. (웃음) 주량은 소주 4~5병 정도다."
-첫 유럽이자, 첫 칸영화제다. 로망이 있다면.
"가방만 있으면 될거야 라는 패기가 있었는데, 말이 안 통하면 안되겠다는 걸 뼈져리게 느끼게 됐다."
-프랑스에서 어떤 평가를 받길 기대하나.
"한국적인 정서가 곳곳에 담겨 있는데,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악역을 연기했으니까 악하게 보였으면 좋겠다."
-치도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했나.
"엄마라는 캐릭터에 맞대응할 수 없는 캐릭터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보면 엄마에게 사랑 받고 싶어서 칭얼거리는 애들이 있지 않나, 치도는 그런 아이다. 치도는 발산하는 캐릭터인데, 혜수선배가 그걸 다 받아주셨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감정을 쌓을 수 있었다. 감독님이 '대부'의 첫째 아들 소니를 참고하라고 했다. 사랑 받고 싶어 노력하는 그런 인물이다."
-인정 욕구가 실제로 있나.
"셀 수 없을 만큼, 하루 종일 내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한다.(웃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다. 충격적인 악플도 있다. 참고하는 정도일뿐이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믿지 않듯 모든 사람이 나를 다 믿을 수 없지 않나. 악플은 그냥 보고 넘어간다. 대신 좋은 댓글을 보고 기운을 얻는 편이다."
-김고은과 맞대면 장면이 있는데.
"치도로 인식했을 때 엄마라는 존재가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잘 전달된 것 같다. 고은씨도 역할 관계에 맞게 발산해준 것 같다. 화면으로 보면 김고은의 연기가 얼마나 디테일한지 느끼게 되더라. 그런 면에서 많이 느끼게 됐다. "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작품들이 최근 많은데,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있나.
"장르에 대한 선호도로 '차이나타운'을 한 건 아니다. 기회가 왔을 때 하나보니 그렇게 됐다. 필모를 살펴보면 장르 불문이다. 앞으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더 많은 장르에 출연하고 싶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 같나.
"일단 치도는 잘 넘어간 것 같다. 다음 영화에서 보여드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꿈이다. 찍으면서 걱정도 많이 됐다. 예전에는 자신감이 많았는데,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하면서 달라졌다. 심적으로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두려웠다. 일반관객들이 배우를 볼 때 이미지를 내려놓고 보기 쉽지 않다. 그 부담감이 컸다. 힘든 건 극복이 안된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칸을 꿈꾸는 국내 배우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영어든 불어든 언어 공부를 해야겠다.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가 없다. 짐을 잃어버리고 나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벙어리가 된 느낌이었다. 알아 듣는 것도 뉘앙스만 알아 듣고 있는 것 같다. 영어 공부를 꼭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해외 진출을 꿈꿀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할리우드를 꿈꾸고 있다. 영어 악센트가 잘 안되더라. '루시'의 최민식 선배처럼 한국어로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웃음) 막연한 꿈이다."
-연기 외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여행 많이 다니고 싶다. 날씨가 좋으면 시간 개념이 사라져서 계속 걸어다닌다. 날씨를 굉장히 타는 성격이라, 많이 돌아다닐 생각이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은 하와이였는데, 지난 1월에 다녀왔다. 부모님과 갔다. 부모님과 먼저 다녀와야 나중에 친구들과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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