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과 경기를 하면서 희열을 많이 느꼈다."
지난 시즌 남자 프로배구의 왕좌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OK저축은행이 차지했다. '절대강자' 삼성화재를 따돌리고 창단 2년 만에 처음으로 V리그 정상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5연승, 무결점 우승 신화를 썼다. OK는 플레이오프서 한국전력에 2연승을 거둔 뒤 챔피언결정전서 7연패 신화의 삼성화재를 만났다. 이변을 일으켰다. 무실 세트 2연승을 거두며 삼성화재를 벼랑 끝에 몰더니 3차전서 기어코 우승을 확정했다. OK는 내친김에 일본 V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JT 선더스를 제압하며 한-일 V리그 탑매치 우승컵도 품에 안았다. 꿈만 같던 최고의 한 시즌이었다.
OK의 승승장구 원동력엔 '스타 플레이어' 김세진(41) 감독의 지도력이 첫 손에 꼽힌다. '괴물' 시몬(28)의 영향력도 상상 이상이었다. '경기대 3인방' 이민규, 송희채(이상 23), 송명근(22)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배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세터인 이민규는 코트의 사령관으로 동료의 입맞에 꼭 맞는 토스를 배달했다. 자신의 주방에서 요리를 하듯 익숙하게 훌륭한 상을 차렸다. OK 훈련장인 용인 대웅경영개발원에서 그를 만나 김세진 감독과 석진욱(39) 코치, 최고의 외국인 선수 시몬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민규는 "김세진 감독님은 사람 파악이 빠르다는 게 강점이다. 그래서 선수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기량은 훈련량에 비례한다'는 신념이 있어서 우리도 훈련을 덜하면 불안하다. 힘들게 해놓으면 몸은 힘들지만 걱정은 없다. 덜 하면 몸이 안 힘드니 잠도 안오고 잡생각만 많아진다"며 "우리가 1번 밖에 우승을 못했지만 기존의 틀을 재밌게 깨는 것 같다. 우리가 진짜 못할 때는 훈련 도중 '우리도 배구 좀 멋있게 하자. 언제까지 이렇게 할꺼냐'고 말하기도 한다. 많이 다독여주면서도 냉정하고 차분한 스타일이다. 정말 강팀이 되려면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없고, 서로 돕는 배구를 해야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민규는 "석진욱 코치님은 장난이 굉장히 많고, 꼼꼼해서 수비 훈련을 정말 많이 시킨다. 내가 제일 못한다고 미팅 때마다 영상으로 분석하고 압박을 준다"며 "우리는 경기 때 못잡을 공을 잡으면 무조건 석 코치님을 한 번 쳐다보는데 '저 잡았어요. 훈련 좀 그만 시켜주세요. 힘들어요'라는 무언의 항변이다(웃음)"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민규는 올 시즌 세계 최고의 선수인 시몬과 손발을 맞췄다. 그는 "환상적이다. 진짜 멋있다. 유명한 선수고,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한국에서 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하니깐 더 재밌었다. 네트에서 많이 떨어지는 말도 안되는 공을 속공으로 쉽게 점수를 내는 걸 보고 입을 벌리면서 쳐다봤다. 시몬과 경기를 하면서 희열을 많이 느꼈다. 그런 플레이는 시몬 밖에 못하는 것 같다.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는 확실히 다르더라. 한국 리그서 뛰니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팀에 녹아드는 적응력도 빠르다. 괜히 월드 클래스가 아니다. 많이 배웠다. 경기장 밖에서도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 (김)규민이 형이 욕을 가르쳐줬는데 '새끼야'라고 부르기도 한다(웃음). 경기장 안에서는 1점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뒤를 멀리 내다본다. 난 조급한데 시몬은 괜찮다고 안정을 시키더다. 화이팅도 젤 열심히 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doly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