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험버, 원인은 결정구 부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17 06: 04

위기의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33, KIA 타이거즈)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타자를 확실히 제압할 결정구가 눈에 띄지 않는다.
험버는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4이닝 5이닝 3탈삼진 5볼넷 4실점했다. 타선이 점수를 뽑아줘 패전투수는 면했으나 이날 이전까지 최근 4경기에서 19이닝 22실점 부진의 고리를 끊지는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험버는 초반부터 힘든 싸움을 했다. 1회초 2사 2루에 만난 홍성흔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작했지만 자신감을 갖고 던질 수 있는 위닝샷이 없어 애를 먹었다. 홍성흔은 공을 계속 걷어내 파울을 만들었고, 볼카운트 2B-2S에서 험버는 커브를 던지려다 손에서 공이 빠져 정수빈을 3루에 보냈다.

결국 험버는 10구까지 간 끝에 홍성흔을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2사 1, 3루에서 오재원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첫 이닝부터 공을 28개나 던졌다. 그러면서 긴 이닝을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 됐고, 결국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카운트를 잡는 과정에서 자주 던진 140km대 초, 중반의 포심 패스트볼은 괜찮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승부구가 아쉬웠다. 1회초에 김현수를 상대로 삼진을 잡아낸 것도 높은 코스에 들어간 포심 패스트볼에 김현수의 방망이가 허공을 가른 것이었다.
4회초에는 커브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뜨려 선두타자 김재호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그러면서 험버의 투구 수는 85개가 됐다. 커브를 활용해 효과를 봤지만 때가 늦은 것이다. 험버는 4회초 마지막 타자였던 오재원도 커브를 결정구로 써서 루킹 삼진 처리했지만 이것이 최후의 이닝이 되고 말았다.
이날 총 107개의 공을 던진 험버는 포심 패스트볼을 69차례 던졌다. 투심, 그리고 변형 패스트볼로 분류되는 커터까지 포함하면 빠른 공이 총 85개에 달했고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는 다 합해도 22개밖에 되지 않았다. 꾸준히 140km대 초, 중반을 찍고 최고 147km까지 나온 빠른 볼의 구위 자체가 나빴다기보다는 각이 큰 커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좀 더 효과적으로 배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을 남겼다.
험버는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였던 시절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종 가운데 커브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공을 적재적소에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2스트라이크까지 잡고도 스스로 변화구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해 타자를 요리하지 못했던 점은 지난해 두산에서 퇴출된 크리스 볼스테드와도 비슷한 모습이다. 이제 평균자책점이 6.75까지 올라갔다. 험버도 더 물러서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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