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왔다”
노경은(30, 두산 베어스)이 좀처럼 쉽게 보여주지 않던 자신감을 꺼내들었다. 노경은은 지난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2⅓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했다. 두산은 7-5로 승리해 선두 자리를 지켰고, 노경은은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평균자책점도 5.14로 크게 내려갔다.
1군 복귀 후 최고의 결과를 낸 노경은은 경기를 마친 뒤 “쉐도우 피칭을 하면서 감이 왔다. 지난해 찾으려 했던 감을 찾았다. 그게 만족스럽다. 전력투구를 하면 전력으로 던져지는 느낌이다. 빠른 공이 살아나니 슬라이더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노경은은 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투구 수 32개로 효율적인 피칭 내용을 선보였다. 특히 7회말 1사에 나와 나지완과 이범호를 연속 삼진 처리한 뒤 8회말 선두 김민우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이 압권이었다. 140km대 중, 후반의 빠른 공과 함께 예리한 슬라이더가 빛을 발했다. 나지완을 잡을 때 던졌던 낙차 큰 커브 역시 일품이었다.
평소 노경은은 “일반적으로 빠른 공이 살아야 슬라이더도 산다고 하는데 나는 슬라이더가 잘 돼야 빠른 공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자주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속구가 좋아져 슬라이더까지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이제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모두 언제 어디서나 자신 있게 활용할 수 있다. 노경은은 원래 위력적인 포심은 물론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모두 잘 던지는 투수로 알려져 있다.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한 이 경기를 통해 팀이 원하면 언제든 긴 이닝을 혼자 막아낼 수 있다는 믿음도 심어줬다. 노경은 본인도 한계 투구 수에 대한 질문에 “이제는 50개까지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래 던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날 마운드 위에서 갑작스럽게 감각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노경은은 “경기에서 감을 찾았다고 느낀 건 SK전(14일 인천 원정경기, 당시 2이닝 1실점)이 처음이었다. 그 전부터 감각이 괜찮기는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경기에서도 솔로홈런 허용을 제외하면 피안타가 없었다.
지난해 부진했던 기간에 절박함을 갖고 매달렸음에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던 몸의 감각이 이제야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하는 기분 좋은 신호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한 때 불펜에서 168구를 던지고도 쉽게 찾지 못했던 그 감을 이제야 찾았다. 노경은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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