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명의 주 3회 선발등판, 어떻게 봐야할까.
한화 투수 안영명(31)이 이번주에만 3경기째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지난 12·14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왔던 그는 17일 대전 넥센전에도 선발로 예고됐다. 화요일·목요일·일요일 선발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골자로 하는 현대야구에서 어떤 식으로든 주 3회 선발등판은 대단히 파격적인 결정이다. 마운드 사정이 안 좋은 한화에 안영명의 주 3회 선발등판은 준비된 고육책으로 봐야 한다.
▲ 화요일 강판부터 목요일 선발 결정

안영명은 지난 12일 삼성전에 선발로 나와 2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 39개에 불과했지만 경미한 허리 근육통이 문제였다. 하지만 13일 하루를 쉬고 14일 삼성전에 다시 선발로 등장했다. 허리 통증이 심각하지 않은 상태였고, 안영명 스스로 의지를 보였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소식이지만 사실 첫 날 강판할 때부터 김성근 감독은 목요일 경기 선발로 안영명을 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김 감독은 "대구에서 1차전 안영명이 내려오게 될 때부터 3차전 선발로 생각하고 미리 빼야겠다 싶었다"며 "앞으로 경기일정에서 돌아가는 로테이션을 봤다. 어느 팀에 어떤 투수가 강할지를 계산했는데 배영수를 뒤로 미루고, 안영명을 앞에 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배영수가 대구에서 친정팀 삼성 상대로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에 힘이 들어가 어려운 경기가 됐을 것이다"는 김 감독의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일요일 경기까지 안영명이 선발로 나오게 된 것은 의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어느 정도 계산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16일 넥센전에서 안영명은 붙박이 선발 쉐인 유먼, 15일 선발 송은범과 함께 대기 명단에서 이름이 빠져있었다. 대신 당초 17일 선발로 예상된 송창식과 임준섭은 대기 명단이었고, 16일 경기가 추격권 내에서 승부가 이어지자 모두 구원으로 등판했다. 배영수의 조기강판과 함께 송창식은 4이닝을 던졌다. 안영명의 주 3회 선발등판은 어떻게 보면 한화 마운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준비된 고육책이다.
▲ 주 3회 선발, 한화 마운드의 현실
한화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선발진이 약한 팀이다. 선발(162⅔)보다 구원(177이닝) 이닝이 더 많은 유일한 팀으로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최하위 kt(5.59)보다 높은 6.20으로 리그 최악이다.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게 19경기로 kt(19경기)와 리그 최다. 3회 이내로 범위를 좁히면 8경기로 롯데(6경기)보다 2경기 많다. 선발투수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이태양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미치 탈보트 등 시즌 전 구상한 선발투수들의 집단 부진이 초래한 결과다. 2군 퓨처스에서 끌어올릴 만한 대체 선발 자원도 부족하다.
그 중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카드가 구원에서 선발로 시즌 중 전환한 안영명이다. 안영명은 올해 한화 팀 내 최다 4승을 올리며 평균자책점도 3.41로 가장 낮다. 주 3회 등판이 무리가 가는 스케줄인 건 분명하지만 화요일과 목요일에 투구수가 각각 39개·34개밖에 되지 않았다. 선발이 아닌 불펜의 개념으로 본다면 아주 길게는 못 던지더라도 경기 초반은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 안영명 스스로도 "캠프 때부터 투구수가 많았기 때문에 체력 문제는 없다. 남들보다 팔에 알이 알 안 배어 언제든 연투도 할 수 있다"고 전의를 불태운다. 김성근 감독도 "안영명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안영명은 지난달에도 9일 대전 LG전에서 구원으로 2⅓이닝 34구를 던진 뒤 하루를 쉬고 11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로 나와 6이닝 85구를 소화하며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이날 넥센전도 안영명이 선발로서 잘 던져주면 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가 되더라도 이틀을 쉰 박정진과 권혁을 중심으로 불펜투수들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월요일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첫 번째 투수' 안영명을 필두로 투수를 쏟아붓는다. 배수의 진을 치고 위태로워진 5할 승률 사수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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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