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넥센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3)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 2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스나이더는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7-5로 리드한 6회 2사 1·3루 찬스에서 송창식 상대로 터뜨린 우전 적시타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 배터리는 2사 3루 상황이 되자 이택근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이택근이 전 타석에서 홈런을 때릴 정도로 감이 좋은 게 이유였지만 반대로 스나이더를 편하게 생각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스나이더는 이에 보란 듯 송창식의 직구를 가볍게 잡아당겨 우익수 앞 안타로 외국인 타자의 힘을 보여줬다. 믿고 기다린 팀에 보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나이더는 LG와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3~4월 시즌 17경기에서 49타수 9안타 타율 1할8푼4리에 홈런 없이 8타점에 그쳤다. 볼넷 6개를 얻는 동안 삼진만 18개로 무기력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개막 후 처음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항간에서는 퇴출 수순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넥센 염경엽 감독은 보름의 시간 동안 스나이더 스스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숨어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나도 외국인 스카우트를 해봤지만 여기서 안 되면 미국에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1군에서 뺀 것은 스나이더가 진짜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 보기 위한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나이더가 아무 의미 없이 자유를 누렸다면 우리도 뭔가 (퇴출) 결정을 해야 했을 것이다. 1군에서 빼며 그런 부분을 확인했다. 스나이더는 야구에 목적을 갖고 있었다. 악착같이 준비하는 게 있었다. 그래서 기다리면 올라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복귀 준비 과정에서 스나이더의 반등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
이번주 1군에 복귀한 스나이더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부터 최근 5경기에서 21타수 6안타 타율 2할8푼6리 2홈런 3타점으로 회복세에 있다. 볼넷 4개와 삼진 8개로 선구안도 어느 정도 개선된 모습이다. 장타력과 함께 중요한 순간에도 귀중한 적시타 한 방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제 본인이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다. 우리로서도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었는데 초반보다 좋아지고 있다"고 반색했다. 타격뿐만 아니라 강한 어깨를 앞세운 외야 수비력도 좋다. 3연패 이후 3연승으로 살아난 넥센의 흐름이 스나이더의 반등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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