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감각’ 정상호, 포수 전성기 맞이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7 07: 58

노련한 투수 리드, 그리고 주자의 움직임과 경기 전체의 판을 읽는 감각까지. SK 주전 포수 정상호(33)가 공·수 양면에서 물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야흐로 포수로서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SK의 안방도 든든해지고 있다.
SK의 안방마님인 정상호는 최근 절정의 감각을 뽐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자의 진루를 허용하지 않는 든든한 도루 저지는 물론 주자의 허를 찌르는 피치아웃을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동료들도 “신이 들렸다”라고 놀랄 정도다. 그리고 상대 타자들의 조급함을 이용하는 투수 리드 등도 한층 노련해진 모습이다. 정상호는 이에 대한 질문에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 하지만 야구 관계자들은 “드디어 정상호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수는 기본기가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다. 돌발 상황이 워낙 많은 포지션인 만큼 탄탄한 기본기가 있어야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 여기에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리다. 타자의 미세한 버릇까지 읽어내는 눈썰미도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완성될 포지션이 아니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그리고 기본기가 좋은 포수 중 하나인 정상호는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이제는 리그를 대표할 만한 자리에 올라서고 있다.

올해 SK의 배터리 코치로 부임한 하세베 유타카 코치는 정상호의 기본기와 수비력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수비만 놓고 판단하면 한국에서 탑클래스의 수준이다”라고 단언할 정도다. 하세베 코치는 “우선 정상호의 볼배합은 정말 뛰어나다. 1회부터 9회까지 다양한 볼배합으로 타자를 상대한다”고 덧붙이며 두뇌회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선천적인 재능에 후천적인 노력까지 더해진 산물이다.
기본적인 전력분석 자료는 항상 포수에게 주어진다. 투수코치, 배터리코치와 볼배합을 논의하는 과정도 거친다. 하지만 정상호는 그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다.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다. 정상호가 자료를 연구할 때는 주위에서 말도 못 붙일 정도다. 김연훈은 “한국시리즈 당시 정상호와 같은 방을 썼는데 몇 시간 동안 계속 자료와 하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더라”라고 떠올린다. 그만큼 진지한 자세로 자료를 파고 든다는 뜻이다.
최근 피치아웃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하세베 코치는 “전력분석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덕아웃의 판단과 정상호의 경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그 원동력을 설명했다. 어느 한 쪽에서라도 엇박자가 나면 성공할 수 없는데 그만큼 정상호가 경기의 판을 잘 읽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수의 가장 기본 덕목 중 하나인 도루저지와 블로킹은 이미 검증이 됐다. 정상호는 지난해까지 통산 3할5푼5리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 포수로서 500경기 이상 출전에 3할5푼 이상의 도루 저지율을 가지고 있는 역대 11명의 선수 중 하나다. 포구, 송구, 블로킹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상급 포수로 인정받기 손색이 없다. 포수 기근 현상을 고려하면 가치는 더 높아진다.
여기에 올해는 공격까지 향상됐다. 김용희 감독, 김무관 타격코치의 ‘기대주’였던 정상호는 올 시즌 31경기에서 타율 3할6리, 4홈런, 21타점을 기록 중이다. SK 선수 중 타격이 가장 향상된 선수로 평가받으며 최근에는 공포의 7번 타자로 중용되고 있다. 그간 하드웨어에 비해 방망이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해는 이런 선입견까지 깨끗하게 지워내고 있는 것이다. 부상만 없다면 올 시즌이 끝난 뒤 얻을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에서도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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