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피츠버그 블랙홀’의 해결사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7 14: 29

어느 선수든 이 타순에 가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블랙홀, 현지 언론에서는 ‘Damege Hole’로 불렀다. 피츠버그의 5번 타순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강정호(28, 피츠버그)가 해결사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피츠버그의 실험도 계속되는 분위기다.
강정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나서 올 시즌 두 번째 3안타 경기를 펼쳤다. 비록 팀이 패배해 빛은 바랬지만 최근 3경기에서 치지 못했던 안타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한 판이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 중 하나인 존 레스터를 상대로 두 개의 안타를 때렸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물론 아주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레스터의 수준급 구종을 끈질기게 걷어내며 결국 안타를 쳤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최근 3경기에서 안타가 나오지 않았던 강정호로서도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강정호 뿐만 아니라 피츠버그로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바로 강정호의 타순 때문이다. 강정호는 이날 전날(16일)에 이어 이틀 연속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전날 6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세 개를 당하는 등 감이 좋지 않았는데 허들 감독은 이런 강정호를 다시 5번으로 출전시켰다. 조시 해리슨 등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존 선수들도 많은데 과감히 강정호를 이 타순에 재배치한 것이다.
피츠버그의 5번 타순은 올 시즌 답이 없는 순번이다. 이번 컵스와의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피츠버그의 5번 타순 타율은 1할9푼에 불과했다. 꼴찌 필라델피아(.190)를 간발의 차로 앞서는 메이저리그 29위 기록이었다. 가장 많은 21경기에 나선 스탈링 마르테는 홈런 6개를 쳤으나 타율은 2할4푼1리에 불과했다. 12경기에 나간 페드로 알바레스는 1할3푼9리의 저조한 타율이었다.
이런 고민 끝에 꺼내 든 카드가 바로 강정호였다. 16일은 우완 카일 헨드릭스, 17일은 좌완 존 레스터가 선발로 나왔음에도 허들 감독은 강정호를 밀어붙였다. 강정호가 5번에서 자리를 잡으면 알바레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음은 물론 최근 감이 좋은 해리슨의 활용폭을 넓힐 수 있다. 강정호도 한국에서 주로 5번으로 뛰었다는 점에서 그다지 낯선 타순이 아니다.
결국 강정호는 2경기에서 타율 3할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허들 감독의 구상에 강정호가 장기적인 5번 타자로 설정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포지션에 투입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강정호의 최근 팀 내 신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강정호는 다시 3할에 근접한 타율로 경기를 마쳤고 점차 선발 출전의 빈도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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