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프링-린드블럼, '전부인'의 역습에 혼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5.17 17: 12

보통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부른다. 경기 전반을 조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 투수를 다독여 경기를 이끌어가야 할 임무도 맡고 있는 게 포수다. 그래서 포수와 투수는 호흡이 중요하다. 합이 잘 맞으면 눈빛만으로도 뜻이 통한다.
이 말은 곧 적으로 돌아서면 투수에게 가장 무서운 게 포수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자기 공을 가장 많이 받아보고, 또 버릇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투수가 이 타이밍에 어떤 선택을 할지 노련한 포수는 눈치를 챈다.
17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벌어진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kt는 크리스 옥스프링을, 롯데는 조쉬 린드블럼이 선발로 나섰다. 에이스끼리 제대로 맞붙은 가운데 양 팀 선발투수들은 과거 호흡을 맞췄던 포수들에게 제대로 당했다.

옥스프링은 작년까지 롯데에서만 2년을 뛰었던 선수다. 한국에 있는 포수들 가운데 옥스프링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선수는 단연 강민호다. 옥스프링의 작은 버릇까지 꿰뚫고 있다. 게다가 강민호의 타격 컨디션은 현재 최고조다.
좋은 타격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강민호는 1회 첫 타석부터 옥스프링을 두들겼다. 1-0으로 앞선 가운데 2사 1루에 타석에 등장, 137km 낮은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실투는 아니었지만, 강민호는 예측이라도 한듯 제대로 노려 125m짜리 대형 홈런포를 만들었다. 이어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강민호는 선두타자로 나와 이번에는 좌중간 단타로 출루했다.
롯데 선발 린드블럼에게도 kt 포수 장성우는 특별한 존재다. 보름 전 트레이드로 롯데에서 kt로 간 장성우는 이날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린드블럼은 지난 달 24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이닝 3실점 완투승을 거뒀는데, 생애 최초의 9이닝 완투경기였다. 그날 포수로 마스크를 쓴 게 바로 장성우였다.
장성우는 1회말 2사 3루에 타석에 등장했다. 장성우 역시 린드블럼의 공을 가볍게 받아쳐 중전안타로 3루에 있던 김민혁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4회에는 선두타자로 등장, 다시 린드블럼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린드블럼은 6회 장성우와 3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홍성민과 교체됐다. 여기에 하나 더, 포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kt 용덕한은 호흡을 맞춘 적 없었던 린드블럼을 상대로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롯데 시절 배터리를 이뤘던 홍성민이 나오자 7회 이날 경기 첫 안타를 쳤다.
양 팀 포수 모두 상대 선발투수를 흔들었지만 웃은 쪽은 롯데다. 롯데는 강민호 외에도 타선이 다발적으로 터지며 득점을 올렸지만 kt는 장성우가 홀로 고군분투했다. 롯데는 6-2로 승리를 거두며 20승 20패, 승률 5할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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