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관중이 들어찼음에도 전혀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첫 등판에서의 실수를 바로잡은 듯 강력한 투구를 선보였다. SK 마운드 최대 기대주 서진용(23)이 인상적인 탈삼진쇼로 화끈한 잠실구장 신고식을 가졌다.
서진용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2-6으로 뒤진 6회 선발 채병룡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13일 인천 두산전에서 1군 무대 첫 등판을 가진 서진용의 1군 두 번째 등판이었다. 낯선 환경, 많은 관중 속에서 긴장할 수도 있는 여건이었지만 서진용은 굴하지 않았다. 2이닝 동안 삼진만 무려 5개를 잡아내며 퍼펙트 피칭으로 경기를 마쳤다.
13일 경기에서 김현수 홍성흔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당찬 피칭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진용이었다. 그러나 스스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재원에게 맞은 투런 홈런이 그랬다. 서진용은 “던지고도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했던 공이었다”라고 말했다. 긴장한 탓인지 처음에는 투수 밸런스도 잘 맞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아주 개운한 등판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감도 얻은 한 판이었다. 최고 151㎞에 이르는 구속, 그리고 최대한 공을 앞에서 끌고 나와 구속 이상의 체감효과가 있는 빠른 공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하나의 변화구인 슬라이더를 아예 던지지 않고도 포크볼만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서진용은 당시의 교훈을 가슴에 품고 이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충분한 휴식일이 있었던 만큼 공에는 힘이 있었다. 최고 151㎞가 찍힌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13일 경기 후 “굳이 다른 구종을 던지기보다는 잘 되는 두 구종에 집중했다”라고 말한 서진용은 당시 던지지 않은 슬라이더까지 봉인을 해제하며 3가지 구종으로 LG 타선을 요리했다.
6회 선두 최경철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요리했고 오지환은 134㎞짜리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루킹삼진을 잡아냈다. 포크볼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까다로운 타자 중 하나인 정성훈은 빠른 공을 던져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베테랑 정성훈의 방망이가 밀려 위력적인 타구가 나가지 않았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서진용은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세 타자 모두 포크볼로 헛방망이를 유도했다. 손주인 박용택 이병규(7번)라는 경험 많은 타자들이 서진용의 공에 좀처럼 손을 대지 못했다. 아직 낯선 투수라는 점에서 서진용에게 분명 어드밴티지가 있었지만 분명 구위 자체가 좋았고 제구도 비교적 일관된 영점이 잡혔다.
이미 위닝시리즈를 예약한 SK는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주전 선수들 몇몇을 제외했다. 불펜 필승조들에게도 휴식을 줬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서진용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결코 쓸쓸하지는 않은 경기였다.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서진용도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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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