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또 다른 우완 파이어볼러 김재윤(25)의 성공적인 데뷔전은 큰 수확이었다.
김재윤은 해외 유턴파 중 한 명으로, 지난해 ‘2015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1라운드가 끝난 후 신생팀 특별지명을 통해 kt에 입단했다. 그는 휘문고 재학 시절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고교 3년간 타율 1할9푼6리 출루율 2할3푼9리 장타율 2할3푼4리로 공격 지표에서 약점을 보였다. 결국 국내 프로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미국 진출을 택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통산 2할1푼1리의 저조한 성적으로 2012년에 방출됐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김재윤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kt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kt는 경험 있는 포수 자원이 필요했다. 조찬관 kt 스카우트 팀장은 “타격이나 송구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명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kt는 김재윤에게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봤다.

어깨 송구가 ‘탈 아시아’급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강력한 공을 뿌리는 능력이 있었다. 조 팀장은 “직구 구위는 메이저리거만큼 위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포지션 전향을 택하게 된 것. 당초 제구를 잡고, 변화구를 장착하기 위해선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올 시즌을 육성 선수로 시작했다. 하지만 빠르게 적응하며 5월에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퓨처스리그에선 11경기에 등판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62(16⅔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다. 150km에 육박하는 공을 던져 조범현 감독도 종종 기대감을 표했다. 그리고 17일 수원 롯데전에 앞서 1군에 등록됐고, 팀이 1-6으로 뒤진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145km가 넘는 패스트볼을 씩씩하게 던지며 첫 타자 오승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임재철, 문규현까지 모두 헛스윙 삼진 처리.
무엇보다 패스트볼이 낮고 묵직하게 깔려 들어갔다. kt 전력 분석팀에 의하면 김재윤이 던진 10개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0km. 최저 구속은 146km였다. 여기에 슬라이더 3개만을 던졌으며 최고 구속은 132km를 기록했다. 물론 점수 차가 나는 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데뷔전 치고 편안하게 공을 던졌다.
비록 팀은 2-6으로 패했으나 김재윤은 1이닝 3탈삼진의 인상적인 기록으로 kt 마운드의 전망을 밝혔다. kt는 현재 선발, 중간 계투 할 것 없이 무너진 상황이다. 그나마 20대 초 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선발진에서 버텨주고 있다. 여기에 경기가 접전으로 이어진 상황에선 장시환을 조기 투입해 승을 노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서 던져줄 선수가 부족하고 장시환도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김재윤의 발견으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불펜진에서 데뷔전과 같은 모습만 보인다면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즌 전부터 큰 기대를 걸었던 고졸 투수 주권, 대졸 투수 홍성무의 복귀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어찌 됐든 지금의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장시환을 잇는 ‘히트 상품’이 절실한 kt다. 그리고 김재윤도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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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