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중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칠 때 ‘윽’ 해주세요” - KIA 최희섭
최희섭은 KBO리그 통산 100호 홈런에 단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근에는 대타로 나서며 100번째 홈런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산과의 시리즈 첫날이던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3루측 덕아웃에서 만난 최희섭은 취재진을 향해 기를 불어넣어달라는 의미로 “제발 칠 때 ‘윽’ 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이러한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100번째 홈런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주변에서 좀 더 힘을 모아줘야 할 것 같다.

▲ “참아야 하느니라” - 두산 오재원
올해부터 두산의 주장을 맡은 오재원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지가 넘쳐흘렀던 지난해까지의 모습과 달리 요즘에는 진중함이 먼저 보인다.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타격 연습을 하던 중 방망이가 덕아웃 방향으로 날아와 순간적으로 놀랐을 때도 오재원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참아야 하느니라…후~”하고 크게 숨을 내쉬고 취재진 앞을 지나가 좌중을 웃겼다.
▲ "그래, 지금 내 앞에서 몇 연패라고?" - kt 조범현 감독
롯데는 지난주 악몽같았던 6연패를 겪었다. 이종운 감독은 부임 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5일, 롯데는 홈에서 넥센과 2승 1패로 연패를 끊고 수원 kt위즈파크를 찾았다. 경기 전 이 감독은 kt 조범현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kt 더그아웃을 찾았다. 이 감독은 "지난 주에 6연패를 하니까 정말 정신이 없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러자 조 감독은 쓰게 웃으며 "몇 연패?"라고 되물었다. 올해 kt는 11연패를 당했었고 2010년 KIA 사령탑 시절에는 악몽같았던 16연패까지 경험했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아이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제가 청백전의 신입니다." - kt 하준호
15일부터 17일까지 롯데와 kt는 대형 트레이드 이후 처음으로 3연전을 벌였다. kt로 옮긴 뒤 주축선수로 자리잡은 하준호는 3연전 내내 롯데 형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다. 황재균과 손아섭은 "너 TV로 보니까 거기(kt 더그아웃)에선 다리 벌리고 앉더라"고 농담을 던졌고, 롯데를 상대로도 계속 안타를 치니 롯데 선배들은 하준호가 경기 전 나타나자 일제히 글러브를 투척하기까지 했다. 과격하게 해후의 기쁨을 나눈 뒤 하준호는 "제가 올해 청백전의 신이에요. 올해 제가 (청백전에) 속했던 팀은 전승을 거뒀어요"라고 자랑을 했다. 얼마 전까지 롯데 선수였던 하준호에게 롯데전은 청백전으로 느껴질만 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하준호는 3연전동안 12타수 3안타에 볼넷 2개 도루 2개로 타율 2할5푼 출루율 4할 활약을 했지만 팀 3연패를 막지는 못했다.
▲ "춤출 때처럼 유연하게 던져라"- 한화 김성근 감독
지난 15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한화 선수단은 김성근 감독에게 스승의 날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다. 주장 김태균의 기획아래 선수단이 다 함께 스승의 은혜를 부르던 중, 갑자기 정대훈과 김기현이 김 감독 앞에서 춤을 췄다. 어린 선수들의 재롱에 김 감독도 모처럼 환한 미소. 감독 생활 중 이런 이벤트는 처음이었다는 김 감독, 그대로 머릿속은 역시 야구 생각 뿐이었다. 김 감독은 춤을 춘 정대훈과 김기현을 향해 "(야구) 연습은 안 하고 춤 연습만 했나 보다"며 "공을 던질 때도 춤출 때처럼 유연하게 던져라"고 한마디. 물론 김 감독은 "정대훈과 김기현이 점점 자리를 잡아주고 있다. 구세주 같은 존재들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네 사인은 가격이 오를거야" - 한화 쇼다 타격코치
한화 최진행은 17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타격 훈련을 마친 뒤 유니폼을 들고온 관중에게 직접 사인을 했다. 곁에서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쇼다 고조 타격코치가 한마디. "네 사인은 계속 갖고 있으면 가격이 오를거야". 앞으로 최진행이 더 좋은 선수가 돼 사인의 가치가 상승하며 값어치도 커질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만큼 최진행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더 커주길 바라는 쇼다 코치의 애정이 느껴진 대목. 전통적인 슬로스타터였던 최진행은 쇼다 코치와 김재현 코치의 지도를 받아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좋은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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