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안방마님 강민호(30)의 방망이가 매섭다. 지난 2년 동안 가슴속에 쌓였던 울분을 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연일 시원한 타구를 날리고 있다.
현재 강민호의 성적은 타율 3할3푼9리(121타수 41안타) 12홈런 33타점이다. 출루율 4할5푼2리에 장타율 7할1푼1리, OPS는 1.163이다. 게다가 득점권타율까지 4할2푼4리로 나무랄데 없다. 타율은 8위, 홈런은 공동 3위, 타점은 6위, 출루율 4위, 장타율 3위, OPS 3위, 득점권타율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강민호는 심한 타격부진을 겪었다. 수비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타격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혹자는 2012년 말 뇌진탕 부상을 당한 게 원인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했다. 보통 뇌진탕 부상을 당했던 선수는 회복까지 2년이 걸리는데, 강민호는 거짓말처럼 올 시즌 초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롯데 이종운 감독도, '강민호 살리기'를 올해 지상과제로 삼았던 장종훈 타격코치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 시즌 활약의 비결은 공통적으로 '자신감 회복'을 꼽는다. 이 감독은 "타격코치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결국 자신감을 되찾은 덕분이라고 말한다. 체력적 부분을 걱정해 빼주라고 하는데, 본인이 계속 나가겠다고 말하는 책임감까지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강민호는 팀이 40경기를 치른 가운데 홈런 12개와 33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 채 풀타임으로 시즌을 마친다고 가정했을 때 강민호는 43개의 홈런과 119타점을 채운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지금 페이스가 절정이고, 시즌을 치르다 보면 타격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올 것이기 때문에 다소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예측수치지만, 그만큼 지금 강민호의 페이스가 좋다는 의미다.
만약 강민호가 3할 타율과 30홈런, 그리고 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다면 KBO리그 최초의 '3할 30홈런 100타점' 포수가 된다. 이제까지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모두 32명이었다. 재미있는 건 1991년 KBO 리그에서 처음으로 달성했던 건 현 롯데 타격코치인 장종훈이었다.
KBO 리그에서 공수 모두를 겸비한 전설적 포수로는 이만수와 박경완이 있다. 이 가운데 박경완은 시즌 타율 3할을 넘긴적이 없고, 이만수는 3할은 6번 달성했지만 경기수가 적어 30홈런과 100타점 기록이 없다. 이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건 2010년 조인성이 LG 소속으로 세운 타율 3할1푼7리 28홈런 107타점이다.
강민호는 주전포수로 연간 100경기 이상 선발출전을 하면서 타율 2할8푼에 20홈런 60타점만 올려도 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지금 타격성적은 일종의 '보너스'와도 같다. 강민호가 또 한 번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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