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가능성이라도 마지막까지 덤빈다".
김성근 감독이 말한 한화 야구의 모습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오래된 야구 격언처럼, 한화 야구는 포기를 잊었다. 특히 코너에 몰렸을 때 무너지지 않고 보란 듯 다시 일어서고 있다. 지난 17일 대전 넥센전 7-6 연장 10회 끝내기 역전승은 마지막 0.1%의 가능성을 놓지 않은 집념의 승리였다.
한화는 15~16일 넥센전에 연이틀 지며 2연패했다. 올 시즌 4번째 2연패. 앞선 2연패에서는 3번 모두 이겼지만, 17일 넥센전은 쉽지 않아 보였다. 선발 로테이션이 꼬이는 바람에 안영명이 한 주에만 3번째 선발로 나왔다. 넥센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19승19패로 5할 승률이 무너질 위기였고,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자칫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5회까지만 팽팽하게 가면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다. 초반에 점수를 뺏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3회초까지 0-6, 일방적인 스코어로 뒤지며 힘겨운 경기가 됐다. 그런데 3회말 2점을 시작으로 4회 1점, 7회와 8회도 1점씩 야금야금 따라붙더니 9회말 김경언의 동점 솔로포, 10회말 강경학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끝내기 역전승을 완성했다.
김성근 감독부터 선수단 전원이 마지막까지 0.1%의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 포기하지 않은 결과였다. 선발 안영명이 3회 내려갔지만 구원투수 7명을 투입해 추가 실점을 억제했다. 이닝 중 투수를 쪼개 끊어가며 실점 확률을 줄였고, 3점차 뒤진 상황에 '필승맨' 박정진을 투입하며 승리에 강한 의지를 비쳤다.
이용규는 8회말 절묘한 번트 적시타로 1점을 만들어내더니 9회 악착같은 슈퍼캐치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는 "9회말 마지막 공격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야수들을 모두 소모한 상황에서 9회말 2사 만루 끝내기 찬스에 타석에 들어선 투수 권혁은 풀카운트에서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르며 승리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감독님이 치지 말라는 말씀은 없으셨다. 나도 모르게 한 번 휘둘러봤다"고 말했다. 본능적으로 나온 승부사 기질이었다.
올해 한화가 거둔 20승 중 절반이 넘는 11승이 승부를 뒤집은 역전승이다. 그 중에서 경기 중반인 6회 이후 뒤집은 것이 7경기나 되며 끝내기도 4경기 포함돼 있다. 리그 최다 끝내기 승리. 경기 전체로 따져도 3점차 이상 열세를 보인 시점에서 화끈하게 뒤집기로 역전승한 것도 7경기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역전승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유독 극적이다.
결국 0.1%에 불과한 가능성일지라도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덤벼든 결과다. 이용규는 "오늘처럼 우린 매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잡아야 할 경기는 꼭 잡겠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도 "선수들이 승률 5할이 깨지지 않기 위해 힘을 합쳐 이길 수 있었다"며 단합의 힘을 강조했다. 올해 리그에서 유일하게 3연패가 없는 한화, 0.1%의 불씨마저 불꽃처럼 타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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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