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가 입국했다. 김성근 감독이 자랑하는 '지옥의 펑고'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나이저 모건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지난 15일 한화와 공식 계약이 발표 난 폭스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오후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왔다. 장시간 비행으로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도 새로운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직접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 경기 전 만난 김성근 감독은 "경기 마치고 폭스를 볼 것이다. 오자마자 바로 훈련시킬까?"라는 무서운 농담을 던지고서는 "훈련은 내일 보겠다. 과연 우리나라 야구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어느 정도는 기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아직 폭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직접 훈련하는 것을 보고 어떤 상태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며 공포의 펑고를 예고했다. 펑고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의 몸 상태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합한 포지션과 활용도를 찾을 계획이다.
폭스는 어릴 적 포수로 야구를 시작했지만, 프로에서는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포지션을 두루 섭렵했다. 1루수와 3루수부터 외야 코너까지 맡았다. 그러나 어느 한 포지션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고, 최근에는 지명타자로 수비 출장이 제한돼 있었다. 수비에서 큰 기대를 갖기 어렵지만 체크는 필요하다.
김 감독은 "펑고를 받고 바로 (미국으로) 가겠다고 하면 어떡하나?"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껄껄 웃은 뒤 "폭스는 무조건 한국에 오고 싶어 한 선수로 알고 있다. 훈련량은 외국인선수라고 해서 맡기기보다 우리 선수들처럼 똑같은 훈련 페이스로 가져갈 것이다"는 말로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1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하며 미국의 독립리그부터 멕시칸리그·도미니칸리그까지 다양한 해외리그에서 활동한 폭스는 몸값이 12만 달러에 불과하다. 커리어만 놓고 보면 큰 기대를 갖기 어렵지만 지난 봄부터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며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리그의 콜을 기다려왔다.
한화의 부름을 받고 꿈을 이룬 폭스는 어떤 선수보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상대적으로 모건의 절실함을 아쉽게 느꼈던 김성근 감독에게 폭스의 사연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양손으로 T자 모양을 그리며 "이건 안 하겠지?"라고 웃으며 한마디 툭 던졌다. 시도 때도 없는 모건의 T 세리머니가 불편했던 김 감독, 폭스와는 어떤 인연을 만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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