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맨 2군행과 김기태의 전략적 인내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5.18 13: 00

"바꾸려고 2군 보낸 것 아니다".
KIA는 지난 17일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험버는 9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6.75의 낙제점을 받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는 23이닝에서 26실점으로 부진했다. 대신 최근 퓨처스리그 등판(13일 함평 삼성전)에서 5이닝 8탈삼진 무실점한 김병현이 올라왔다.
험버의 세부기록을 보면 더욱 부진하다. 피안타율이 3할1리에 이르고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75로 높다. 44이닝에서 25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특히 피홈런은 10개로 삼성 장원삼과 함께 리그 공동 1위의 수모를 겪고 있다. 메이저리그 퍼펙트 투수의 위력은 없었다. 험버의 부진 때문에 KIA 선발진도 강력함이 부족했다.

험버는 150km가 넘는 강속구형 투수가 아니다. KIA가 데려온 이유는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140km대 볼을 던지더라도 볼끝과 제구력이 있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것이 KBO리그이다.  그러나 치명적으로 투구의 탄착군이 높게 형성되면서 장타를 맞기 일쑤였다. 한국 타자들의 집요함과 기동력에 고전했다.
1군에서 제외되면서 험버의 거취도 관심을 받고 있다. 퇴출과 새로운 외인투수 영입 가능성이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퇴출 보다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바꾸기보다는 김기태 감독은 함평에서 차분히 재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무래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준비할 시간이 적었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험버는 스프링캠프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일본 히로시마와의 연습경기에 첫 등판해 초구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고 개점휴업했다. 캠프가 끝날때까지 실전 등판은 못했고 귀국해서야 기지개를 켰다. 시범경기도 오른손 검지부상으로 인해 2경기 4이닝만 던지고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선수에 대한 믿음을 쉽게 거두지 않는다. 험버가 원래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시간을 준다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더욱이 교체하더라도 더 좋은 투수를 찾는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김병현 등 다른 투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면서 험버의 회복을 기다리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은 전략적인 인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 감독은 “바꾸려고 2군에 보낸 것은 아니다. 재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험버와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했다. 힘들겠지만 본인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더라. 제구가 원래 좋은 선수인데 그게 되지 않고 있다. 비디오를 보면서 팔도 더 앞으로 끌고 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험버는 함평에서 재충전과 2군에서 선발 등판도 할 것으로 보인다. 재충전의 시간은 최소 10일이지만 길어질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 구위를 끌어올리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물론 복귀하더라도 똑같은 모습이라면 그때는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험버는 메이저리그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그가 재충전을 계기로 자부심을 되찾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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