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한국을 방문한 PSA의 엠마뉴일 딜레 인도-태평양 총괄 부회장은 주로 C, D 세그먼트에서 적용해온 MCP 변속기에 대해 “기술적으로 최적은 아니라고 판단, 최종적으로 두 세그먼트에 앞으로 MCP가 아닌 자동 변속기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PSA는 그 동안 2.0리터 미만의 모델에는 운전자의 클러치 개입이 없어도 변속이 되는 수동 기반의 자동 변속기를 적용해 왔다.
중요 임원이 공언했듯이 PSA는 지난 12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푸조의 C 세그먼트 대표 모델이자 동시에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인 ‘308’의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 변속기를 자동 변속기로 교체해 새롭게 선보였다. 출시 모델의 정확한 명칭은 ‘뉴 푸조 308 1.6’으로,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기존이라면 MCP 변속기를 탑재했어야 할 모델이다. 푸조는 MCP 대신 자동 변속기를 채택으로 연료효율 10% 감소, 이산화탄소 배출량 10g 증가를 감수하면서 내구성과 운전의 재미를 얻었다.
이제부터 ‘뉴 푸조 308 1.6(이하 308 1.6)’의 기어 변속은 자동 변속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 아이신의 전륜 자동 6단 변속기가 맡게 됐다. 새로운 변속기를 얹고 등장한 ‘308 1.6’에 대한 업체 측의 기대와 자신감은 남달랐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2년 여 만에 한불모터스(한국 푸조 공식 수입원)가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기자들은 ‘308 1.6’을 타고, 약 80km의 거리의 가평 일대를 누비며 성능을 직접 체험해봤다.

이날 제품 설명을 위해 행사에 참석한 강동우 한불모터스 서비스기획팀 이사에 의하면 ‘뉴 푸조 308’의 변신 키워드는 ‘심플’이다. ‘308 1.6’은 지난해 여름이 시작될 때쯤 6년만에 풀체인지로 돌아온 ‘뉴 푸조 308’의 세부 모델이다. 강동우 이사는 ‘508’과 ‘208’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308 1.6’의 변화를 통해 향후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보다 깔끔해진 외모로 돌아온 ‘308’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졌는데, 이는 이전 모델에 대한 그리움에서 오는 것이었다. 1세대 ‘308’에서는 전면 그릴이 하나였던 반면, 2세대로 진화하면서 라디에이터그릴과 에어벤트가 분리됐기 때문이다. 이 덕에 길쭉하게 입을 내놓은 것만 같았던 얼굴이 말끔해지는 효과는 봤지만 ‘308’ 특유의 개성이 없어져 아쉽기도 하다. 하나의 선으로 길쭉하게 뻗어있던 헤드램프는 길이와 각도를 다듬는 대신, 중간에 홈을 파 포인트를 줬다. 전장 20mm, 전고 30mm의 축소로 차체가 작아졌지만 외모의 변화와 함께 앞 코가 짧아졌다는 느낌만 든다.
‘심플’을 추구했다는 2세대 ‘308’은 내부 또한 매우 간단하다. 차문 잠금 장치와 비상등, 음량 조절의 몇몇 버튼을 제외하고는 공조 장치를 비롯해 전부 9.7인치 LCD 디스플레이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잡다하게 늘어진 버튼이나 장치들이 없어 센터페시아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LCD 디스플레이의 세부 항목들이 한글을 지원했다면 더욱 편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실내의 수납 공간은 글로브 박스가 깊숙이 위치해 있다는 것만 빼면 보통 수준이다.

‘308 1.6’에 올라타자 자동 변속기로 바뀌어 부드러워진 모습이 오히려 어색할 만큼, ‘푸조’ 하면 ‘MCP’가 자연스레 자리를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으레 1~3단에서 울컥거리며 변속의 순간을 알려야 하는 ‘308’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기어를 바꾸며 속도를 올렸다.
업체 측의 원활한 행사가 진행되길 바랐던 바람과 달리 이날 기착지를 가능 중간에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군부대 행렬을 만나 약 15분 정도를 도심 정체 구간처럼 거북이 걸음으로 이동을 하게 됐다. 동승한 업체 측 직원은 연신 “답답하시죠”라며 좌불안석 이었지만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MCP가 특히 쥐약이었던 환경에서 자동 변속기로의 변경 결정이 탁월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30~50km/h 이하의 속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경우에서 움찔거리는 모습을 한껏 뽐내며 운전자와 탑승자들을 피곤하게 만들었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다만, 3단 이하에서는 저속에서 감속 시 변속감이 더러 느껴지곤 했다.
이후 고속 주행에서는 기존보다 5.3mm 작아진 스티어링 휠이 조금은 단단해지면서 안정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에서는 ‘다이내믹 스포츠 모드’로도 달려봤다. ‘다이내믹 스포츠 모드’ 버튼은 기어레버 아래에 있으며 2초간 눌러주면 주행 모드 변경이 가능하다.

순간, ‘아이-콕핏(i-Cockpit)’ 적용으로 위치가 스티어링휠 위로 올라간 계기판이 온통 붉은 색으로 바뀌며 ‘다이내믹 스포츠 모드’로 변경됐음을 알렸다. 계기판 가운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는 ‘308 1.6’의 매 순간 변화하는 속도와 마력, 토크, 부스트의 수치를 보여줘 운전자로 하여금 ‘달리는’ ‘밟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다이내믹 스포츠 모드’를 누르면 계기판의 색뿐만 아니라 기어 변속비도 더 촘촘하게 바뀌며 제너레이터 오디오 스피커 시스템으로 생동감 있는 배기음을 제공한다. 비록, 오디오 사운드로 기분만 내는 정도지만 흥을 돋아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최대 토크 30.6kgm의 ‘308 1.6’은 경사가 높은 와인딩 구간을 오르면서 1.6이지만 2.0 못지 않은 디젤의 힘을 보여줬고, 주행 내내 신사다워진 변속기만큼이나 젠틀한 브레이크 성능을 발휘했다. 묵직하고 단단한 안정감은 아니지만 코너링을 극적으로 몰아넣어도 흔들림이나, 차체가 가벼운 데서 오는 불안감, 뒷부분이 빠지는 감각은 전해지지 않았다. 단호하게는 아니지만 좌우롤링에서도 적절한 탄력성을 보여줬다.
택시 체험을 진행한 전문 드라이버는 “308 1.6의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 전자제어 시스팀)가 2.0, 그리고 ‘골프’보다 타이밍이 가장 적절해 운전의 재미도 느끼게 하면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고 평했다. 푸조가 기존의 MCP 이미지를 제대로 탈피하려는 듯 이번에는 ‘Smooth’에 모든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 브레이스 성능도 동 세그먼트중에서 가장 유연하게 다가왔다.

푸조는 2세대 ‘뉴 푸조 308’을 출시하면서 2014년 1000대, 올해 3300대 판매를 목표로 했지만 지난해 판매는 총 342에 불과했고, 올해는 4월까지 158대를 팔았다. 과연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자동 변속기를 탑재한 ‘뉴 푸조 308 1.6’이 남은 3142대를 채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될 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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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1.6’ 우측 전측면, 측면, 좌측 전측면, 운전대와 센터페시아(위부터).

‘308 1.6’ 후면부.

‘308 1.6’ 다이내믹 스포츠 모드 계기판(위)과 자동 변속기로 바뀐 기어 변속과 시동 및 다이내믹 스포츠 모드 버튼.

‘308 1.6’ 트렁크(위)와 엔진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