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서도 5번-유격수…강정호의 놀라운 적응력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5.18 13: 52

강정호(2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익숙한 ‘5번 유격수’로 주전 자리를 굳힐 수 있을까.
강정호가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타율 3할을 기록하며 3할대 타율에 재진입 했다. 무엇보다 강정호가 넥센 히어로즈 시절 주로 맡았던 5번 유격수라는 자리에서 순항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강정호는 시즌 초반 주전으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기존 주전 3루수 조시 해리슨의 타격이 다소 부진하면서 3루수로 먼저 기회를 잡았다. 현재까지 3루수로 10경기를 뛰었고, 그 중 선발 출전은 8번이었다. 최근엔 유격수 조디 머서가 31경기서 타율 1할7푼6리로 부진하자 주전 유격수로 출전할 기회가 잦아졌다. 유격수로는 12경기(선발 9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16일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선 처음 5번 타순에 배치됐다. 타격감이 좋은 강정호의 위상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바로 다음 날인 17일 경기에선 똑같이 5번 타순으로 선발 출전해 특급 좌완 투수 존 레스터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날렸다. 4타수 3안타 1도루의 맹활약으로 중심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18일 경기에선 9회말 1사 후 호르헤 솔레어의 타구를 백핸드 캐치해 1루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범했다. 시즌 2번째 실책이었지만, 공격에선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회초 1사 후 맞이한 첫 번째 타석에선 제이크 아리에타의 커브(78마일)를 공략해 3루수 앞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두 번째 타석에선 더블 플레이로 물러났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아리에타의 슬라이더(89마일)를 정확히 받아쳐 강한 타구를 날렸다. 공이 아리에타의 글러브 정면으로 향하며 아웃됐지만,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다. 마지막 타석에선 잭 로스컵에게 볼넷을 얻어 출루. 2경기 연속 멀티 출루를 기록했다.
피츠버그는 올 시즌 5번 타순 타율이 2할1리로 리그 29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심타선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반면 강정호는 3경기 출전에 불과하지만, 5번 타순에서 타율 3할8리(13타수 4안타)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금의 상승세라면 꾸준히 5번 타순으로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 언론도 강정호의 주전 유격수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피츠버그 지역지인 ‘피츠버그 트리뷴 리뷰’의 트래비스 소칙 기자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유격수로 출전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강정호에 대해 “피츠버그는 항상 강정호를 주전 선수로 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포지션으로 쓸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아마 그 시기는 지금인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소칙 기자는 강정호의 유격수 수비에 주목했다. 그는 “스카우팅 리포트에 의하면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공격력을 강화해줄 것으로 보였다. 반면 수비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민첩성에 대해선 의문이 달렸었다. 따라서 머서가 유격수 수비에 우위가 있다고 판단됐다”라고 첫 인상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강정호의 움직임은 이 평가를 뒤집고 있다는 것이다. 소칙 기자에 따르면 강정호는 18일 경기 전까지 유격수로 74이닝을 수비했는데, 150경기 기준으로 수비 범위를 평가하는 지표인 UZR/150이 16.4에 달한다. 반면 머서의 UZR/150은 –3.3. 당초 약점으로 평가됐던 수비 범위에서도 밀리지 않는 다는 의미다.
허들 감독 역시 강정호와 머서를 두고 “서로 다른 유형의 수비다”면서 “강정호는 조니 페랄타와 같은 유형의 선수다. 매우 잘 해주고 있고, 그의 능력을 믿는다”며 극찬했다. 물론 강정호가 당장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성적을 본다면, 강정호를 벤치에만 앉혀두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익숙한 5번 타순, 그리고 유격수 자리에서 주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강정호다.
krsumin@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