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집념의 야구’로 선두 수성에 도전한다.
두산은 19일 현재 희생번트가 단 16회밖에 없다. 삼성, 넥센과 희생번트가 가장 적은 팀이다. 물론 이들보다 4경기를 덜 치렀기에 경기 당 평균 희생번트 수는 삼성, 넥센보다 조금 많지만, 그래도 10개 구단 중 8위이므로 확실히 적은 편에 속한다. 가장 많은 팀은 한화로, 희생번트가 47차례나 나왔다.
5월에 많은 희생번트가 나오면서 순위가 역간 변했다. 두산은 4월 희생번트 7개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5월에는 벌써 9개로 KIA와 공동 5위다. 4월과 5월 두산이 펼치는 공격은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5월에는 희생번트를 한 경기에 3차례나 했던 경기도 두 번(8일 잠실 한화전, 16일 광주 KIA)이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공격 성향의 변화로만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 계속해서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홍성흔의 희생번트가 5월에만 3개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이 벤치 사인 없이도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는 홍성흔의 자세를 칭찬했던 만큼 5월 들어 늘어난 희생번트를 큰 줄기의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뛸 선수가 적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시즌 초 허벅지 통증으로 고생했던 민병헌은 도루 시도가 두 번밖에 없었다. 2번타자로 주로 나서던 정수빈도 도루를 아꼈다. 이에 대해 그는 “현수 형이 뒤(3번)에 있어서 현수 형에게 맡기는 때가 많았다. 그리고 뛰는 타이밍을 쉽게 잡지 못했다. (볼카운트에 따라) 안 뛰어야 할 때 뛰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10일까지 도루 2개가 전부였던 정수빈은 최근 4경기에서 2개를 추가해 살아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배경 속에서 번트가 늘어났다. 그러나 김 감독은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번트에 대한 일관적인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 “추격할 때 번트 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황이 되면 한 경기에 여러 번도 가능하다”는 것 김 감독의 설명이다. 실제로 두산은 뒤지고 있을 때보다 앞선 상황에서 더 달아나기 위해 번트 작전을 많이 썼다.
김 감독의 이러한 방침은 희생번트 증가현상을 설명해주는 좋은 단서가 되기도 한다. 두산은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4.29(1위)인 반면 불펜 평균자책점은 5.54(9위)다. 따라가는 것보다 도망가야 하는 위치에 더 많이 놓였다는 뜻이다. 불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1점이라도 더 얻어야 하기 때문에 김강률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역전패가 누적되기 시작한 5월(특히 경기 중후반)에는 번트가 늘어난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번트 시도가 잦아졌다는 것만으로 두산표 야구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 경기에 희생번트를 3번이나 댈 정도로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이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t를 제외하면 가장 약한 불펜 사정에도 불구하고 팀 순위는 선두다. 그 이면에는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이 묻어난다. 두산은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