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7) 사직구장 우렁각시, 볼보이 최진욱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5.19 06: 00

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요즘 보기 드물게 성실한 친구입니다. 볼보이도 어쨌든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떨어지는 친구들도 많은데, 무단결근 없이 3년이나 이 일을 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죠."
롯데 구단직원은 볼보이 최진욱(27)을 이렇게 소개했다. 야구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은 수없이 많다. 팬들은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주목하지만, 매일 오후 6시 30분 시작될 경기를 위해 숨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 많다. 이번에 소개할 볼보이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볼보이는 '우렁각시'와도 같다. 일단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살림꾼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흔히들 생각하는 '경기 중 파울지역 공 수거'는 이들의 임무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준비부터 시작해서 경기 중 한 순간도 공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롯데는 4명의 볼보이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최진욱은 2012년부터 일한 베테랑 볼보이다. 덕분에 선수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최진욱은 "역시 제일 잘 챙겨주는 두 분은 박종윤 선수와 이명우 선수다. 그밖에도 지금은 kt에 간 하준호 선수와도 친하다. 이들 덕분에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를 정말 사랑했던 최진욱은 야구장에서 일할 기회가 없을까 알아보다가 2012년 롯데의 볼보이 모집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쓰게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국문학도인 최진욱은 그렇게 사직구장의 한 식구가 됐다.
볼보이의 출근시간은 보통 경기시작 4시간 전이다. 야구장에 가장 먼저 출근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일단 출근하면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필요한 장비나 도구 등을 챙겨서 세팅을 해놓습니다. 훈련을 돕다가 경기에 들어가게 되죠. 볼보이 4명의 경기 중 위치는 좌선 파울라인, 우선 파울라인, 그리고 양 팀 더그아웃 근처에요. 야구가 끝나는 시간이 우리 퇴근시간이죠."
파울지역에 나간 볼보이는 항상 1루심과 3루심을 주목하고 있어야 한다. 타자가 친 공이 파울이면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재빨리 공을 줍는다. 만약 타구가 페어 선언을 받는다면 잽싸게 피해야 한다. 만약 볼보이가 공에 맞는다면 인정 2루타로 처리되는데, 경기 중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볼보이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최진욱은 "경기 중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페어볼이 내 쪽으로 오거나, 수비수들이 달려오면 가장 먼저 피해야 한다. 이게 힘들어서 많은 볼보이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고참 볼보이가 돼 롯데 더그아웃에 배치된 최진욱이지만, 야구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좌측 파울지역에 있었던 2012년 벌어졌다. 2012년 6월 1일 롯데-넥센전에서 박병호가 친 타구가 좌익선상을 스쳐 지나가 안타가 됐는데, 당시 볼보이였던 최진욱은 몸을 날려 피했지만 익사이팅존에 있던 한 관중이 이를 잡았다. 그 관중은 규정에 따라 퇴장조치 당했다. 최진욱은 "3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역시 익사이팅존 관중이 퇴장 당했을 때였다. 절대 그러시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볼보이 일이지만, 역시 가장 힘든 건 시간이다. 홈경기가 있는 평일에는 오후 2시쯤 출근해 퇴근시간은 오후 11시를 넘기기가 일쑤다. 최진욱은 "아직 대학생인데, 시험기간 때가 제일 난감하다. 공부는 해야하는데 경기가 길어지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도 여기 일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구팬들 가운데 일부는 야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 최진욱 역시 그런 생각으로 볼보이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정말 야구장에서 아르바이트가 아닌 평생 직업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솔직히 다시 생각해볼 일 같아요. 야구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가까이서 보면 정말 고생 많이 합니다. 고생하는 것에 비해서 얻는 건 다른 직업과 비교하면 많지도 않고요.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야구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같습니다."
cleanupp@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