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서 프리미엄' 지운 강정호 주전 굳히기 모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9 05: 46

피츠버그의 유격수 주전 경쟁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기존 주전이었던 조디 머서(29)가 가지고 있던 프리미엄은 타격 부진과 강정호(28)의 맹활약 속에 완전히 사라졌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도 균등한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강정호가 ‘주전 굳히기’에 돌입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강정호는 1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18일까지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 모두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다. 타순도 중심타선이라고 볼 수 있는 5번으로 배치돼 팀 내 신임을 과시했다. 성적도 좋았다. 16일 첫 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17일 경기에서 3안타 맹타를 터뜨렸고 18일 경기에서도 1안타를 추가하며 3할 타율에 재진입했다.
현지에서는 강정호의 3경기 연속 선발 출장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정호가 3경기 연속 유격수 포지션을 차지하며 선발로 나선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머서가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확보하며 앞서 나가는 형국이었지만 제한된 기회를 잘 살린 강정호의 추격전에 이제는 덜미를 잡힌 모양새로 보고 있다.

이에 클린트 허들 감독도 두 선수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겠다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허들 감독은 18일 “누군가에게 혜택을 줄 생각은 없다. 계속해서 최고의 라인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머서가 다소 앞서 있다는 기존의 생각을 굽히지는 않았으나 강정호 또한 좋은 수비력을 가지고 있고 어깨도 증명이 됐다는 것이 허들 감독의 생각이다. 수비력이 강정호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공격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여기서는 강정호가 시즌 초반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강정호는 18일까지 26경기에서 70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 출루율 3할6푼7리, 장타율 4할5푼7리, OPS(출루율+장타율) 0.824를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50타석 이상을 소화한 팀 내 선수 중 타율은 1위, OPS는 스탈링 마르테에 이어 2위다. 타격감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돋보이는 성적이다.
이에 비해 머서는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공격에서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머서는 18일까지 31경기에서 108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1할7푼6리, OPS 0.434에 그치고 있다. 강정호가 2개의 홈런을 때린 것과 달리 머서는 아직 홈런이 없다.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타점(8개)은 오히려 강정호(9개)보다 적다. 여기에 강정호는 선발로 출장한 17경기에서 타율 3할2푼8리, OPS 0.900으로 머서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제 허들 감독으로서도 강정호는 외면하기 어려운 카드가 됐다.
현지 언론에서도 강정호에 훨씬 더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컬럼니스트 밥 스미직은 18일 지역 유력매체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에 기고한 글에서 강정호에게 A등급을 준 반면 머서는 낙제점인 F를 주며 두 선수를 대비시켰다. 스미직은 강정호에 대해 “번쩍이는 힘을 보여줬다”라며 공격력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머서는 “공격력이 형편없다. 강정호에게 주전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 왼손투수에 강한 면모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아니다”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머서는 MLB 3년차였던 지난해 149경기에서 타율 2할5푼5리, OPS 0.693, 그리고 12개의 홈런과 55타점을 기록했다. 수비가 더 중시되는 유격수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 타격 성적은 큰 문제가 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공격이 침체를 이어가고 있고 강정호의 맹활약으로 주전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머서의 향후 공격력 반등이 관심사가 된 가운데 강정호는 예상보다 일찍 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거듭날 기회를 얻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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