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외국인타자 잭 한나한(35)이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지워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3루 수비까지 무리 없이 소화할 때,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뀔 것이다.
한나한은 시즌 개막 한 달이 넘어서까지 미개봉 상태였다. 지난 1월말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종아리 통증을 느낀 후 4월까지 재활만 반복하며 여러 사람의 애를 태웠다. 결국 한나한 본인도 답답했는지 100% 상태가 아님에도 1군 경기 출장을 요청, 5월 7일 잠실 두산전부터 2015시즌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9경기를 소화한 한나한은 타율 2할6푼7리 1홈런 OPS 0.753을 기록 중이다. 특급 외국인타자로 보기에는 어려운 성적. 그러나 득점권 타율 4할2푼9리로 양상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기대했던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록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선구안이 좋고, 안정된 타격을 하는 만큼, 성적은 올라갈 확률이 높다. 가장 최근 경기인 17일 잠실 SK전에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폭발, 정말 필요한 순간, 한국무대 첫 홈런이 나왔다. 최근 두 경기에선 1루수를 소화하며 3루 수비를 향한 준비 과정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아직 한나한의 3루 복귀시점은 잡히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17일 SK전에 앞서 “1루 수비 움직임을 보고 3루수 출장을 결정할 것이다”고 했는데 여전히 한나한은 100%로 달리지 못하고 있다. 1루수로서 다이빙 캐치하는 모습도 보여줬으나 강한 송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LG는 19일부터 목동구장에서 주중 3연전을 치르는데, 인조잔디인 목동구장은 한나한으로 하여금 하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한나한의 3루 복귀는 이르면 오는 22일부터 시작하는 사직 롯데 3연전 중 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한이 3루수를 소화한다면, LG 야수진은 베스트 전력을 맞춘다. 일단 3루에서 활약 중인 손주인을 다시 자기 포지션인 2루에 놓을 수 있다. 현재 신인 박지규가 2루에서 분전하고 있으나, 타격에서 한계와 마주한 상태다. 손주인이 5월 타율 3할8푼5리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박지규는 5월 타율 1할6푼3리다. 5경기 연속 무안타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타선 강화를 위해서 한나한의 3루 소화는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한나한이 3루로 가면, 베테랑 야수들의 체력안배도 가능하다. 지난 2경기에서 한나한이 1루를 보면서 정성훈이 지명타자로 출장한 바 있다. 한나한이 3루를, 정성훈이 1루를 볼 때, 지명타자 자리는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중 한 명이 가져갈 수 있다.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3일 휴식기 없는 144경기 체제다. 험난해진 일정만큼이나 지명타자 출장을 통한 체력안배가 중요하다. LG처럼 베테랑 타자들이 팀 공격을 이끄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마지막으로 한나한이 3루수로 뛸 때 최승준의 콜업도 수월해진다. 개막전에서 4번 타순에 배치됐던 1루수 최승준은 4월 8일까지 26타수 2안타로 부진했고, 다음날 1군 엔트리서 제외되고 말았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에서 27경기에 나서며 타율 2할9푼7리 홈런 8개 32타점 OPS 1.039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승준이가 2군 경기에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직 2군 코칭스태프에서 변화를 통해 좋아질 만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1군에 올리는 것은 좀 더 두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당장 최승준을 올리면 1루수만 3명이지만, 한나한이 3루로 가면 정성훈을 지명타자로, 최승준을 1루수로 기용할 수 있다.
한나한은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급 3루 수비를 자랑했다. 수비를 통해 메이저리그 주전선수로 도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 또한 3루 수비에 기대를 걸고 한나한을 영입했다. 한나한이 3루를 봐야 LG 야수진이 완전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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