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7세의 나이에 나란히 메이저리그(MLB) 통산 100승의 고지를 밟았다. 클레이튼 커쇼(27, LA 다저스)와 펠릭스 에르난데스(29, 시애틀)의 이야기다. 두 선수가 경쟁을 벌이며 200승, 그리고 역사적인 300승 고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커쇼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가 6⅔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두 번째 승리이자 자신의 MLB 통산 100승이었다.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다는 평가를 받은 커쇼는 이날 승리로 MLB 역대 591번째로 100승을 달성한 투수가 됐다.
커쇼의 100승 달성은 만 27세 57일에 이뤄낸 성과다. 현역투수로 만 27세에 100승을 달성한 투수는 세 명이다. 에르난데스가 만 27세 14일이었던 지난 2013년 4월 23일 100승 고지를 밟았으며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가 2007년 9월 29일 만 27세 69일의 나이로 100승을 달성했다. 2007년에는 마크 벌리(토론토)가 만 28세 79일로 역시 100승을 달성한 바 있다. 일단 100승까지의 페이스는 에르난데스, 커쇼 모두 빠른 편이다.

두 선수의 나이, 그리고 기량을 고려했을 때 200승은 무난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에르난데스는 2009년 19승을 달성하는 등 2006년 이후 딱 한 번(2008년)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올 시즌도 8경기에서 벌써 6승을 수확했다. 에르난데스에 비해 경력이 조금 짧은 커쇼는 두 차례의 20승 시즌(2011년, 2014년)을 기록하는 등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고 있다. 통산 131승을 기록 중인 에르난데스는 4년 정도면 200승 고지까지 내달릴 수 있다.
그렇다면 MLB의 유구한 역사에서도 24명 밖에 없는 300승 투수의 출현은 가능할까. 최고 수준의 기량과 오랜 기간 MLB에서 활약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을 모두 성립해야 하는 만큼 난이도는 매우 높다. 가장 근래 300승을 달성한 투수들인 랜디 존슨(303승)은 1988년부터 2009년까지 22년간 MLB에서 뛰었다. 톰 글래빈(305승) 또한 22년 동안 MLB에서 활약했다.
다만 이런 전설들에 비해 두 선수는 페이스가 더 좋다. 글래빈은 만 28세 시즌이었던 1994년에 100승을 달성했고 존슨은 만 32세에 100승에 도달했다. 글래빈은 30대 중반까지 꾸준한 성적을 내며 통산 5번의 20승 시즌을 만들어냈다. 존슨의 경우는 30대 중반에 더 많은 승수를 쌓은 특이한 케이스였다. 두 선수 몸 관리를 잘해 30대 후반까지 뛴다면 300승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몸에 별다른 탈 없이 꾸준히 뛴 선수들인 만큼 기대치는 더 커진다.
결국 1~2번은 찾아올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사바시아를 보면 알 수 있다. 2001년 데뷔 이후 2013년까지 1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사바시아는 현역 선수로는 가장 300승이 기대되던 선수였다. 그러나 2013년 이후 구속 저하에 고전했고 몸에 잔부상이 겹치며 지난해 3승, 올해 2승에 그치고 있다.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선 사바시아로서는 300승이 불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에르난데스와 커쇼는 아직 구속이 떨어질 나이는 아니고 최소 5년 정도는 전성기에서 공을 던질 나이다. 200승은 무난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300승까지는 철저한 자기관리, 그리고 다른 스타일의 변화를 담담하게 이행해야 하는 등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두 선수는 어떤 성적으로 경력을 마감하게 될까. 만 27세에 100승 달성에 성공한 두 선수를 보는 장기적인 시선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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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