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스타의 공백이 우려됐지만 그를 상쇄하는 활약을 펼친 선수가 나타났다. 나주환(31, SK)이 부상으로 빠진 최정의 공백을 잘 메우며 주중 3연전 첫 경기의 히어로로 떠올랐다.
SK는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바로 간판타자인 최정의 부상 때문이었다. 최정은 지난 16일 잠실 LG전에서 타격 이후 왼 어깨에 통증이 악화돼 교체됐고 17일 경기에서는 아예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19일까지도 상태가 경기에 뛸 정도로 호전되지 않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김용희 감독은 “오늘 경기는 대타로도 출전이 어렵다. 이번 주중 3연전까지는 뛰지 못할 것 같다”라며 근심 어린 시선을 드러냈다. 최정은 대체가 불가능한 SK의 3루수이자 붙박이 3번 타자다. 최근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도 최정이 있는 타선과 없는 타선은 무게감에서 차이가 난다. 여기에 3루 수비도 문제였다. 안정광 박계현 박진만이 3루를 볼 수는 있지만 다들 검증된 카드들은 아니었다.

여기서 SK는 나주환 카드를 뽑아들었다. 나주환은 SK 왕조 시절 주로 유격수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FA로 팀을 떠난 정근우(한화)를 대신해 2루수로 출장했다. 그러나 3루수는 최근 선발 출전 기억을 떠올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포지션은 아니었다. 올해 개막전 당시 뛰었는데 그 전의 3루 선발 출전은 2007년 5월 20일이 마지막이었다. 결코 낯익은 포지션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주환은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선보이며 최정의 빈자리를 조금씩 지워갔다.
1회부터 호수비가 나왔다. 2사 후 정근우의 타구가 라인방향으로 강하게 흘렀으나 나주환이 이를 반사적으로 잡아내 1루에서 아웃시켰다. 잡기도 쉽지 않은 타구였는데 간결한 연결 동작으로 발 빠른 정근우를 잡아냈다.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강경학 타석 때 좋은 수비를 선보였다. 3·유간으로 빠지는 타구였는데 이를 앞선에서 끊어내 침착하게 1루로 송구했다. 뒤로 빠졌다면 유격수 김성현이 아웃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타구였다.
이렇게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나주환은 공격에서 한 몫을 거들었다. 2-1로 1점차 리드를 가져가던 4회 2사 1루 상황이었다. 나주환은 유먼의 공을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펜스까지 굴러가는 타구에 김성현도 비교적 넉넉히 홈을 밟을 수 있었다. 나주환은 이후 이명기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이날 첫 득점도 올렸다. 나주환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치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나주환은 경기 후 "최근 볼이 계속 안 맞았는데 오늘이 반전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요즘 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경기에 나가다 보면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의를 찾았다.
SK는 최정의 주중 3연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왼 어깨 상태가 완벽치 않다. 김 감독도 일단은 쉬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부상이 더 악화되면 더 오래 최정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에 당분간은 3루를 누군가가 대신해 봐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주환이 좋은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SK 덕아웃도 한숨을 돌렸다. SK는 한화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며 7-5로 이기고 2위로 점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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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