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3선발’ 안영명은 그저 미안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20 06: 06

“힘들었냐구요? 아니요, 그저 미안했지요”
안영명(31, 한화)는 지난 주 기이한(?) 경험을 했다. 1주일에 무려 세 번이나 선발 등판을 했다. 12일 대구 삼성전, 14일 대구 삼성전, 그리고 17일 대전 넥센전에 모두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한국시리즈라면 모를까, 아직 시즌이 25%를 갓 지난 초·중반이었다. 5인 로테이션이 정착된 KBO 리그에서 당분간 나오지 않을 사례로 평가된다. 안영명 스스로도, 보는 사람들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선발로 나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그냥 나가서 던지는 것이 아니다. 선발 일정에 맞춰 몸을 준비해야 한다. 아무래도 다른 투수들에 비하면 많이 던질 수밖에 없는 보직이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도 대비가 필요하다. 선발 등판 전날에는 아예 덕아웃에 숨어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거나 기혼자 중에는 각방을 쓰는 선수들도 있다. 그만큼 예민해지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일이다. 그런데 안영명은 일주일에 세 번이나 그런 과정을 거쳤다. 일정이 빡빡했던 만큼 준비할 시간도 짧았다.

결정권자인 김성근 감독조차 “앞으로는 5인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의 임시방편이었다. 안영명으로는 팀을 위해 희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영명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안영명은 19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경기 준비를 선발처럼 하지만 그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1이닝, 1이닝씩 던지자는 마음가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미안했다”고.
안영명은 세 차례의 등판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어차피 투구수 관리상 5이닝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세 번 모두 3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첫 등판이었던 12일 경기에서는 2이닝을 던진 뒤 허리 통증으로 내려갔다. 14일 경기에서는 1⅓이닝, 17일 경기에서는 2⅓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그것이 내심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안영명은 “나도 중간에서 뛰어봐서 심정을 안다. 내가 못 버텨서 동료들에게 과부하가 걸렸다”라고 자책했다.
그러나 안영명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없다. 팀의 선발 로테이션이 완전히 구멍난 상황에서 헌신적인 자세로 묵묵히 마운드에 올랐다. 팬들로서는 그렇게 던져줬다는 자체로도 고마운 존재다. 공교롭게도 안영명이 나선 지난 주 3경기에서 그의 투구내용과는 관계없이 한화는 모두 승리를 따냈다. 동료들도 앞서 나가 고생하는 안영명을 보면서 정신무장을 다시 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묻자 안영명은 “어쨌든 팀이 이기면 기분이 좋은 것 아니겠나”라면서 “팀 투수진의 단합이 참 잘 된다”라고 동료 칭찬을 늘어놨다.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어떨까. 안영명은 주저 없이 다시 나가겠다는 각오다. 안영명은 “나는 선발로 몇 년씩 뛰던 선수가 아니다. 중간계투를 오래 해서 그런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큰 상관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감독님 운영도 선수로서 이해한다. 어느 정도 적응도 됐다. 24시간, 365일 야구 생각을 하고 있으라고 말씀하신다. 이제는 몸에 밴 것 같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개인보다는 팀. 한화가 강호 도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음을 안영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