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외국인 투수 앤디 시스코(32)가 보직을 변경한 후 안정감을 찾고 있다. 당초 KBO 리그 외국인 선수 중 ‘퇴출 1호’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좋지 부진했던 시스코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반전투로 팀에 힘을 싣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해부터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다. 2013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대만 EDA 라이노스에서 뛰었다. 대만 프로리그에선 2014시즌 14경기서 8승 3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할 정도로 좋았다. 다승과 탈삼진 모두 1위를 마크했다. 실제로 퓨처스리그에선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패스트볼을 던지며 합격점을 받았다. kt는 일찌감치 시스코와 올 시즌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스코는 시즌 초반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10.29로 부진했다. 14이닝을 던지면서 사사구가 8개(5볼넷)에 달했다. 정규시즌에선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으나 초반 선발로 등판한 5경기서 4패 평균자책점 8.27로 부진이 계속됐다. 탈삼진 능력은 있었지만 제구가 불안했고, 마운드에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함께 선발 마운드를 지킨 필 어윈 역시 7경기서 1승 패 평균자책점 8.23으로 부진.

kt는 결국 5월 초 전병호 투수코치와 실무자를 미국으로 보내며 새 외국인 선수 물색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 미국 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괜찮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 타자를 추가로 영입하는 계획도 있었지만, 이 역시 불분명한 상황. 악조건 속에서 일단 시즌 첫 승 이후 다시 부진한 어윈은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주무기인 커브가 제구가 안 되니 1군 타자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스코는 불펜 전환 이후 힘을 내고 있다. 불펜으로 나선 8경기서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5를 마크했다. 13이닝 동안 15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지난 15일 수원 롯데전에선 팀이 7-9로 뒤진 9회초에 마운드에 올라 호투했다. 첫 3이닝을 잘 틀어막았으나 12회초 안중열에게 한 방을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4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미 역투였다. 시스코를 비난할 수는 없는 내용이었다.
그 후 19일 마산 NC전에서도 좋은 피칭을 이어갔다. 시스코는 팀이 4-1로 앞선 1사 1,3루 위기상황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첫 타자 손시헌을 2루수 플라이로 잡으며 한숨 돌렸다. 후속타자는 앞서 2타수 2안타로 타격감이 좋았던 김태군. 6구 승부 끝에 좌전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박민우를 삼진 처리했다. 시스코는 8회엔 김종호-이종욱-테임즈를 삼자범퇴로 막고 마무리 장시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분명 선발 등판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투구 내용이었다. 시스코는 140km 후반대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낮게 던지면서 타자들을 요리했다. 그동안 제구에서 약점을 보였지만, 이날 경기에서 볼넷이 1개도 없었다. 불펜으로서 점차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시스코는 장시환 등판 이전에 버텨주는 임무를 잘 해냈다. 장시환은 1이닝만을 소화했는데, 이호준-나성범 강타자들을 상대로 연속 삼진을 뽑아내는 등 여전히 안정감을 자랑했다. 앞에서 2~3이닝을 막아주니 부담도 덜했다.
시스코의 호투는 분명 kt에 호재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를 불펜 투수로 활용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kt 선발진은 옥스프링-엄상백-정대현을 제외하면 고정 선발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성곤 정도가 선발로 나서고 있다. 어윈이 부진으로 1군에서 제외됐고, 대부분이 젊은 투수들이다. kt로선 어차피 선발 투수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9개 구단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기 위해선 선발진이 안정감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kt의 외인 재구성 계획은 더 미궁에 빠지게 됐다. 당장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다고 해도 활약 여부는 미지수. 과연 kt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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