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박이 문제가 아니다. 류현진(28, LA 다저스)이 투수로서는 가장 치명적인 부위인 어깨에 칼을 댄다. 잔부상 수준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큰 부상이 발견될 경우 선수 경력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껄끄러운 미래가 기다릴 수도 있다.
LA 다저스 구단은 21일(이하 한국시간) "22일 류현진이 왼쪽 어깨 수술 관절경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술은 팀 주치의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가 집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류현진은 올 시즌을 사실상 접게 됐으며 수술 경과에 따라 앞으로의 선수 경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팔꿈치와는 달리 수술과 재활의 난이도가 가장 높은 어깨라는 점에서 향후 경과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큰 수술이 될지는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당시 왼 어깨에 통증을 느껴 지금까지 재활에 매달려왔다. 세 차례의 불펜피칭을 소화했는데 세 번째 불펜피칭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예상보다 구속이 2~3㎞ 정도 떨어졌으며 류현진도 뻐근함을 느꼈다고 말하며 통증이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5월 초 재활과정을 모두 중단했고 다시 주치의의 검진을 받았다.

다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입단 당시와 큰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염없이 시간만 가고 있었다는 의미다. 결국 두 달을 기다린 다저스는 류현진의 어깨를 열어(관절경) 부상 정도를 확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겠다는 것이다.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청소’로 끝날 수도 있지만 문제가 발견될 경우 그 부위에 불가피하게 칼을 대야 한다. 그 상황에 따라 재활기간도 달라진다. 어쨌든 수술대에 오른다는 자체로 이번 시즌 출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봉합하고 근력을 회복시켜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는 수준을 만드는 데까지 6개월 이상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공을 던지는 과정까지 합치면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류현진의 2015년은 정식 등판이 없었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우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은 부상 부위가 어깨이기 때문이다. 팔꿈치는 현대 의학이 정복한 부위로 불린다. 실제 많은 선수들이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은 뒤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의 재활을 거쳐 건강하게 복귀하고 있다. 성공률이 매우 높다. MLB 통계에 의하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선수 중 약 80%는 다시 MLB 무대에 돌아온다.
하지만 어깨는 다르다. 구조가 복잡하고 후유증이 크다. 같은 통계에서 어깨 수술을 받은 선수가 MLB 무대로 다시 돌아올 확률은 65%로 떨어진다. 여기에 건강하게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MLB 최고 투수로 우뚝 섰던 요한 산타나는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자신의 경력이 급추락했다. 팔꿈치 수술을 이겨내고 질주하던 케리 우드는 어깨 수술은 이겨내지 못한 채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단순한 염증 정도의 부상에 '청소' 수준에서 끝나기를 희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때 류현진의 동료 선수였던 좌완 테드 릴리는 2012년 9월에 류현진과 같은 ‘어깨 청소’ 수술을 받았다. 간단한 수술이었고 다음 시즌 스프링캠프에 맞춰 복귀할 수 있었다. 4월에는 실전 등판도 했다. 현재로서는 내년 시즌 시작과 함께 복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다만 어깨에 손을 댔다는 부담감은 쉽게 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 심각한 부상이 발견된다면 최악이다.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보내야 하는 나이를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큰 문제가 아니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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