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5할 분수령에서 승리를 거뒀다. 상대는 지난 달 롯데에 악몽을 선사했던 KIA 타이거즈였다.
롯데는 19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KIA전에서 6-3으로 승리를 거뒀다. 0-3으로 끌려가던 롯데는 7회 정훈의 1타점 적시타와 황재균의 2타점 동점 2루타, 그리고 8회 터진 짐 아두치의 스리런을 묶어 경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지난 4월 안방에서 롯데 불펜을 마음껏 두들겼던 기억이 있는 KIA 타자들이지만, 이날 만큼은 롯데 불펜을 공략하지 못했다.
시즌 초 순항하던 롯데가 마주했던 첫 번째 암초가 대구 삼성 3연전(3연패)였다면, 더 큰 위기는 4월 KIA 원정 3연전이었다. 롯데는 1승 2패를 기록했는데, 이긴 경기도 7-1로 앞서다 불펜이 흔들려 7-6으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3연전 마지막 경기는 앞서가다가 9회말 브렛 필에게 동점 만루포를 허용하고 다시 만루를 채워준 뒤 밀어내기로 경기를 내줬다. 그날 이후 롯데 마운드는 크게 흔들렸고 결과적으로 이달 초 kt와 대형 트레이드를 벌이게 된 계기가 됐다.

지난 주 5승 1패로 승률 5할을 맞춰 겨우 충격에서 벗어난 롯데였기에 KIA와의 홈 3연전, 그리고 1차전이 중요했다. KIA가 조쉬 스틴슨의 호투와 홈런포 2방으로 먼저 3점을 냈지만, 롯데는 경기 막판 화력을 집중시켜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타자들보다 돋보인 게 경기 운영이었다. 이날 롯데 벤치의 마운드 운용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감독들은 보통 "선발이 6이닝, 불펜투수 3명이 1이닝씩 막아주면 가장 좋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계산대로 흘러가는 경기는 1년에 몇 번 안 된다. 롯데는 19일 사직에서 '생각대로 되는 야구'를 했다.
선발 브룩스 레일리는 6이닝동안 3점을 내주긴 했지만 투구수가 불과 80개에 지나지 않았다. 더 끌고가면 충분히 7회까지 나올 수 있었지만 롯데 벤치에서는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롯데는 불펜불안 때문에 외국인투수 선발일이면 최대한 선발을 길게 끌고갔었다. 하지만 이성민의 합류 이후 불펜이 안정을 찾으면서 이번 주 일요일(24일) 등판을 앞둔 레일리를 공 80개로 끊을 수 있었다.
이후 등판한 불펜투수 3명도 안정감이 있었다. 불펜기용에 있어서 이닝을 쪼개쓰는 건 불펜투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날 롯데 불펜 3명은 안정감을 보여줬다. 7회 등판한 홍성민은 최근 잦은 등판에도 불구하고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어 등장한 이성민은 1이닝 3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수확했고, 마무리 심수창도 1이닝을 타자 3명으로 가볍게 틀어막고 시즌 3세이브를 올렸다. 이날 롯데 불펜투수 3명은 3이닝동안 5탈삼진 무사사구 1피안타 무실점으로 뒷문을 책임졌다.
최근 이종운 감독은 "이제 우리 팀도 틀을 갖춰야 한다. 자리잡은 심수창을 다시 선발로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롯데는 불펜이 안정을 찾으면서 마운드 운용도 한층 여유를 갖게 됐다. 올해들어 가장 깔끔하고 편안했던 경기였던 19일 KIA전은 점차 틀을 갖춰가는 롯데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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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