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롯데 자이언츠 3번 타자하면 손아섭이었다. 2012년 후반기 붙박이 3번 타자로 자리잡은 뒤 손아섭은 3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켰다. 올 시즌 초 부진으로 황재균에게 3번 타자를 넘겨주기 전까지 말이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슬럼프는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지만, 손아섭에게 4월은 잔인했다. 개막 2연전에서 9타수 3안타 5볼넷으로 무난하게 시작했던 손아섭이지만 4월 한 달간 타율 2할3푼6리 2홈런 11타점에 그쳤다. 2010년 주전으로 도약한 뒤 월간 최저타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5월 손아섭은 차츰 올라오고 있다. 월간타율은 3할8푼3리이며, 19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4타수 4안타를 날리면서 타율을 2할7푼9리에서 2할9푼7리까지 끌어 올렸다. 이제 타율 3할 고지가 눈앞에 보인다.

손아섭은 경기 후 "여전히 3할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4월에 너무 (타격성적이) 떨어져서 타율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만약 거기에 신경을 썼다면 오늘처럼 4안타를 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매일 출루만 신경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건 손아섭의 하위타선 타율이다. 올 시즌 손아섭은 6번 타자로 1경기, 7번 타자로 1경기 선발 출전했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10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은 3년 만에 6번 타자로 출전, 4타수 3안타를 거뒀고 19일 KIA전은 7번 타자로 나가 펄펄 날았다.
손아섭은 "감독님께서도 '부담 갖지말고 편하게 쳐봐라'는 의미에서 하위타순에 넣어 주셨다. 아무래도 6,7번에 있으면서 편하게 스윙을 하는 것 같고, 타석에서도 내 스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이종운 감독의 배려에 감사인사를 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손아섭이다. 그 무엇보다 애착을 보였던 '롯데 자이언츠 3번 타자' 자리다. 지금은 그 자리를 친한 선배인 황재균이 맡고 있다. 평소 둘은 농담도 자주 주고받는데, 손아섭은 "요즘은 재균이 형이 놀리지 않는다. 시범경기 때까지만 해도 '내가 올해는 너보다 무조건 야구 잘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재균이 형이 잘치니까 3번을 치는 것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손아섭은 "나도 원래 8번 타자부터 시작했다. 프로야구에 '원래 내 자리'라는 건 없다. 못하면 (오늘처럼) 7번을 치는 것이고, 잘하면 타순이 올라가는 것이다. 3번을 언젠가는 돌아갈 자리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야구욕심 많은 손아섭이기에 지금 성적과 환경이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악바리' 손아섭을 자극하고 있고, 손아섭은 점차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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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