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한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묵직한 로봇팔들이 절도 있는 움직임을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용접 불꽃이 튄다. 매캐한 연기를 뒤로하고 프로그래밍에 의해 제 할 일을 마친 로봇팔은 다음 작업을 위해 얌전히 대기 상태로 돌아간다.
지난 19일, 쌍용자동차가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불러 평택공장 차체생산라인과 조립라인을 견학시키는 행사를 열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조립공장은 모두 3개의 라인에서 4,861명의 인원이 땀방울을 흘리고 있으며, 연간 최대 25만 8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자단의 공장 견학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흔히 하는 프로모션 방법이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라는 뼈를 깎는 아픔을 겪었던 쌍용차이기에 ‘흔한’ 행사 조차도 그 의미는 남달랐다. 이날의 공장 견학은 ‘티볼리’로 시작해 ‘티볼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평택공장 기자단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한 마지막 시기는 지난 2011년이다. 쌍용차는 2010년 11월 마힌드라 그룹에 매각 된 이듬해에 첫 신차로 코란도C를 출시했다. 그 해 쌍용차는 기자단을 불러 평택공장을 견학시키면서 ‘살아있음’을 알렸다.
4년 뒤 기자들이 다시 찾은 평택공장은 ‘희망가’로 가득했다. 그 사이 달라진 상황은 올 1월에 출시 된 히트작 ‘티볼리’ 하나였지만 평택공장을 싸고 있는 공기는 확연히 달랐다.
쌍용자동차의 생산품질 총괄 본부장을 맡고 있는 하광용 전무는 현장에서 “코란도C가 쌍용차의 생명을 유지시킨 작은 불씨였다면 티볼리는 고객들이 부여한 천금 같은 기회”라고 말했다. 하 전무가 말한 ‘기회’는 재기의 기회이자 ‘SUV 명가’ 재건의 기회였다.
쌍용차 재건의 기수 티볼리는 조립 1라인에서 코란도C와 함께 혼류생산 되고 있었다. 5:2의 비율로 티볼리가 월등히 많았다. 두 모델을 생산하는 조립 1라인에서는 시간 당 19대의 반짝거리는 새 차를 토해내고 있었다.
조립 1라인에서는 올 7월이면 티볼리 디젤도 만들어지고, 내년 초면 덩치를 키운 ‘티볼리 롱바디’도 생산이 된다. 혼류생산이 가능한 조립라인이다 보니, 수요에 따라 차종과 출고량은 수시로 조정 된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하나의 히트작은 엄청난 상승효과를 낸다. 지난 1월 가솔린 모델로 ‘티볼리’가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 ‘티볼리 가솔린’은 4월까지 내수 1만 1,457대, 수출 4,116대 등 총 1만 5,573대가 판매 됐다. 지금도 약 4,000여 건의 계약 물량이 밀려 있어 지금 계약하면 한 달 뒤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를 두고 ‘쌍용-마힌드라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로 표현하기도 했다.
‘블록버스터 티볼리’는 이제 시작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올 7월에는 ‘티볼리 디젤’이 나오고 내년 초에는 ‘티볼리 롱바디’가 나온다. ‘티볼리 가솔린’에서 불붙은 인기는 ‘디젤’과 ‘롱바디’로 더 맹렬하게 옮겨 붙을 것으로 쌍용차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티볼리’와 바디를 공유하는 콘셉트카 XAV까지 생산에 가세하면 ‘티볼리’라는 이름 하나로 연간 20만대까지 예상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온통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쌍용차 평택공장 가동률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최대 연간 25만 8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평택공장의 현재 가동률은 58%에 불과하다. 연간 14만 5000대만 생산되고 있다.

코란도C와 티볼리를 생산하는 조립1라인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2교대로 라인을 돌려 가동률 82%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체어맨’과 ‘투리스모’를 생산하는 조립2라인은 19%에 불과하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카이런’ ‘액티언’을 생산하는 조립3라인도 가동률 55%에 머무르고 있다.
하광용 전무가 말한 “쌍용차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많은 관심에 감사한다.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게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정확한 현주소였다.
100c@osen.co.kr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1라인 티볼리 생산 현장. /쌍용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