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은 타국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일본 무대 진출 4년째를 맞은 '빅보이' 이대호(소프트뱅크) 또한 올 시즌 극심한 향수병에 시달렸다. 평소 넉살 좋기로 소문난 그이지만 향수병 앞에 장사 없었다. 시즌 초반 끝모를 부진에 허덕였던 이유도 향수병 때문이었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 친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한국과는 달리 저녁 문화 같은 게 없다 보니 스트레스를 혼자 풀어야 했다. 홈 경기가 끝나면 아내 신혜정 씨와 딸 효린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야구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 원정 경기 때 숙소에서 타격 동영상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고작이다.
동료들과 친해졌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건 불가능하다. 통역 정창용 씨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

이대호의 한 측근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소통이 되지 않아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일본 무대 진출 초반이야 멋모르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들과 더 친해지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가슴앓이를 할 수 밖에.
끝모를 부진에 빠진 이대호를 위해 지인들이 팔을 걷어 붙였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동엽(개그맨)과 박다안(탤런트) 등 지인들이 이대호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바쁜 스케줄을 조정해 대한해협을 건넜다.
이대호의 친형이자 국내 법적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차호 (주)O2S&M 대표는 이대호가 어릴 적부터 즐겨 먹었던 밑반찬 뿐만 아니라 부산의 대표적인 별미인 돼지국밥과 순대를 공수하는 등 이대호의 컨디션 회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지인들의 진심어린 노력 덕분일까. 이대호는 드디어 제 모습을 되찾았다. 1할대 빈타에 허덕였던 이대호의 타율은 3할9리(149타수 46안타)까지 상승했고 10차례 대포를 쏘아 올리며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 바닥까지 찍었는데 끌어 올리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파이크끈을 조여 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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