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약점이 있지만) 감수하고 간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김재환을 주전 1루수로 고정하고 있다.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공격에서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파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이날 이전까지 27경기에서 타율 2할5푼6리, 5홈런 17타점으로 하위타선에서 무게감을 싣는 데 한 몫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수를 보다 1루수로 전업한 탓에 전문 1루수들에 비해 수비에서는 미숙한 면을 자주 노출했다. 김 감독 역시 “빠른 타구는 잘 잡는데 그때그때 내가 들어와야 하는지 아닌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연습을 하더라도 경기에서는 자기 몸이 가는대로 움직인다.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다. 본인이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도 크게 개선된 수비를 보이지는 못했다. 김재환의 부드럽지 못한 수비로 인해 불안이 커진 두산은 3회초 9실점하는 등 마운드가 무너지며 6-25로 패해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특히 선발 유네스키 마야가 2⅔이닝 8피안타 1탈삼진 1볼넷 9실점으로 부진한 것이 컸다. 하지만 전적으로 마야만 탓할 수는 없었다. 김재환이 경기 초반부터 수비에서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했고, 아웃카운트를 추가하지 못한 마야는 위기에서 더욱 와르르 무너졌다.
김재환은 초반부터 기록되지 않는 실책성 수비를 계속 범했다. 2회초 파울 지역에 떨어진 박석민의 타구를 잡지 못한 것이 시작이었다. 3회초 견제구를 잡은 뒤 글러브에 든 공을 재빨리 빼지 못해 박해민을 2루로 보내준 것은 선취점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여기서 아웃카운트 대신 진루를 허용한 두산은 3회초에만 9실점했다. 김재환은 3회초 박해민의 1루 방면 타구를 잡지 못하고 2루타로 만들어줘 팀은 더욱 어려워졌다.

5회말 솔로홈런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듯 했으나 이후에도 수비에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할 때 오히려 타자를 출루시키기 일쑤였고, 이에 선발 마야를 비롯한 투수들이 겉잡을 수 없이 흔들려 얻어맞고 실점은 더욱 불어났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하지만 투수들 역시 면죄부를 받기는 힘들다. 이날 두산은 마운드에 오른 모든 투수가 실점했다. 3번의 빅이닝을 만든 삼성 타자들의 집요함 이상으로 숨길 수 없는 두산의 허술함이 크게 드러난 경기였다.
두산 마운드는 삼성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했다. 안지만이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빠져 있는 삼성은 이날 타선이 경기를 일찌감치 승리로 이끌어 마무리 임창용을 비롯해 필승조라 할 수 있는 선수가 등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가 6이닝 4실점한 것을 빼면 느슨해진 상황에서도 불펜이 3이닝 2실점으로 버텼다. 냉정히 말해 두산과 삼성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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