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우완 홍건희가 무력시위를 벌였다. 개인통산 한 경기 최다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홍건희는 20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전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4이닝을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삼진 9개를 뽑아낸 건 데뷔 후 최다다. 140km 중반대 빠른공에 슬라이더 조합으로 롯데 타자들의 헛손질을 유도했고, 결정적인 순간 강민호에게 104km 한복판 커브를 던져 루킹삼진을 잡아내는 대담함까지 겸비했다.
올해 홍건희는 군복무를 마친 뒤 팀에 복귀해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성적은 12경기(선발 2경기) 1승 25⅓이닝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 중이었다. 주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임시선발로 2경기에 등판해 승리가 없다.

홍건희는 지난 13일 광주 kt전에서 구원등판으로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데뷔 첫 승리를 거뒀다. 워낙 팀에 투수자원이 많아 선발보다는 불펜 쪽에서 힘을 싣고 있는데, 이날 일찍 마운드를 내려간 임준혁의 뒤를 이어 등판해 개인 최다 탈삼진 행진을 벌이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KIA는 1회초 먼저 3점을 냈지만 선발 임준혁이 1회말 2실점, 2회말 다시 1실점을 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3회에도 임준혁은 1사 후 안타와 볼넷으로 1,2루 위기를 만들었고 KIA 벤치에서는 홍건희를 급히 투입했다. 홍건희는 임재철에게 안타를 맞고 2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2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요리하고 급한 불을 껐다.
이후 4회부터 6회까지는 홍건희의 독무대였다. 4회 볼넷 1개가 있었지만 정훈과 황재균, 강민호를 모두 삼진 처리했고, 5회에는 박종윤과 임재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회에는 이날 경기 유일한 3자범퇴가 나왔는데, 문규현을 뜬공으로 처리한 뒤 짐 아두치와 정훈을 삼진으로 잡았다.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힘이 빠진 홍건희는 7회 위기를 맞았다. 7-4로 앞선 가운데 황재균에게 안타, 최준석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2루를 만들어줬다. 여기서 타석에는 타격감이 좋은 강민호, 홍건희는 직구와 슬라이더 모두 커트를 당하자 한복판 104km 느린 커브를 던졌다. 어지간히 간이 크지 않다면 던질 수 없던 공, 이게 통했다. 강민호는 생각지도 못한 공이 들어오자 지켜보기만 했고 그대로 삼진아웃을 당했다. 이날 9번째 탈삼진이다.
선발 임준혁이 일찍 마운드를 떠났고 경기 한때 역전까지 허용했던 KIA지만 홍건희가 중간에서 4이닝을 버텨준 덕분에 9-5 재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KIA의 20승 20패, 승률 5할 가운데 절반은 홍건희가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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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