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성남FC가 ‘광저우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성남FC는 20일 오후 7시 30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서 추가시간 터진 김두현의 결승 페널티킥에 힘입어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2-1로 물리쳤다. 성남은 27일 광저우에서 펼쳐지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진출한다.
시민구단 최초로 ACL에 진출한 성남 대 광저우의 승부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중국슈퍼리그서 최고의 명문클럽을 자부하는 구단이다. 2010년 헝다 부동산 그룹이 클럽을 인수한 이후 광저우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수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광저우는 2010년부터 5년 연속 자국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2013년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아시아를 제패했다.

광저우 팬들의 ‘팬심’ 또한 규모가 남달랐다. 20일 1차전에 무려 5400명에 달하는 중국 팬들이 원정응원을 왔다. 이들은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경기장 주변에 진을 쳤다. 이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먹고 마시며 쓰는 돈이 어마어마했다. 주변 상인들은 뜻하지 않은 호재에 쾌재를 불렀다.
경기 전 광저우의 팬클럽 임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쌀포대 9자루에 나눠 담은 빨간색 유니폼을 중국 팬들에게 나눠줬다. 5천 여 팬들이 한 결 같이 붉은 물결을 이뤘다. 마치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는 듯했다.
구단에서도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혹시 모를 중국 팬들과 한국 팬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계선에 경찰병력을 대거 배치했다.
경기를 앞둔 주장 김두현은 “선수들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유니폼이 검정색이라 강하게 보인다. 팬들은 적지만 우리는 홈경기 이점을 최대한 누리면서 경기하겠다. 어느 때보다 목소리 높은 함성으로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두현의 걱정은 기우였다.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에 총 1만 3792명의 팬들이 찾았다. 광저우 팬들보다 홈팬들이 더 많았다. 평소와 달리 경기장 모든 섹션에 관중이 들어찼다. 성남 팬들은 부부젤라와 꾕과리까지 동원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 대 중국이라는 국가대항전 성격이 짙어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성남 구단 관계자는 “탄천구장에 이렇게 많은 팬들이 온 것은 지난 5년 간 처음이다. 광저우에서 대규모 원정응원단이 와서 뜨거운 열기가 조성됐다. TV 중계만 됐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추가시간에 터진 김두현의 결승 페널티킥으로 성남은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성남은 팬들에게 축구의 묘미를 보여주고, 경제적 실리까지 챙겨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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