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성 받은 폭스, 데뷔전은 ‘절반 합격’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21 06: 02

“비디오를 보기 전에도 방에 찾아왔더라고.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
김성근 한화 감독은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새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의 이야기를 꺼냈다. 나이저 모건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지난 17일 선수단에 합류한 폭스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비록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는 아니지만 힘이 있는 우타 자원이고 여러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활용성에서 기대를 모았다.
폭스는 19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고양(NC 2군)과의 경기에서 장외홈런을 친 뒤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이날 선발 6번 좌익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아직 기량 확인은 더 필요했지만 김 감독은 폭스의 자세에 대해 비교적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폭스도 경기 전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하며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그런 폭스는 20일 한국무대 1군 데뷔전을 가졌다. 아직 폭스는 한국무대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고 시차적응 등으로 전체적인 컨디션도 절정은 아닌 상황이다. 여기에 이날 SK 선발이 리그 최정상급의 구위를 자랑하는 김광현임을 고려하면 데뷔전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기대했던 안타나 장타는 터지지 않았지만 선구안 측면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고의사구를 포함해 볼넷 세 개를 고르며 “선구안도 나쁘지 않다”라는 구단의 설명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팬들의 큰 환호와 함께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폭스는 2회 1사 1루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다. 김광현의 제구가 흔들리자 무리하게 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공에 방망이를 내는 일도 없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3루수 방면으로 비교적 강한 타구를 보냈다. 3루를 꿰뚫기는 힘들었지만 나주환이 다음 동작에서 공을 떨어뜨리는 실책을 저지르는 행운이 함께 하며 1루에 살아나갔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김광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 3개를 연달아 골라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4구째 슬라이더는 그냥 지켜봤지만 5구째 슬라이더도 차분하게 지켜보며 다시 볼넷을 얻어 나갔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타석에서의 침착함은 돋보였다. 7회에는 한국무대 첫 타점을 올렸다. 1사 3루에서 문광은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희생플라이가 되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비거리였다. 안타는 아니었지만 펀치력은 보여준 타석이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1,2루 상황이 폭투로 2,3루가 되자 상대의 고의사구에 따라 1루로 나갔다. SK 핵심 요원이었던 정우람도 쉽게 볼 수는 없었던 상대였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볼넷만 3개였다. 폭스는 경기 후 "너무 의욕적으로 하다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어 최대한 끝까지 볼을 보려 노력했다. 팀이 져서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경기치고 만족한다"며 내일을 기약했다.
수비는 일단 유보적이다. 이날 폭스는 좌익수로 나섰는데 유독 좌익수 방면 타구가 잘 나오지 않았다. 1회 이재원의 타구 때의 펜스 플레이는 그렇게 흠잡을 만한 부분은 아니었다. 다른 외야수라도 2실점은 피하기 어려웠을 공산이 컸다. 앞으로는 다른 포지션에서도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 또한 커졌다. 일단 성실함, 팀에 대한 헌신과 열정, 그리고 괜찮은 선구안은 과시했다. 이제는 장타로 당초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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