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흔들린 두산, 해법은 수비진 개편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21 06: 09

마운드가 무너진 두산 베어스가 수비 개편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두산은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집중력을 앞세운 삼성 타선에 장단 24안타를 허용하며 25점을 내줘 6-25로 완패했다. 선발 마야가 2⅔이닝 9실점으로 시즌 최소 이닝 투구를 한 채 물러난 뒤 나온 진야곱, 장민익, 양현, 이현호, 김수완 중 실점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간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새롭게 마무리 보직을 꿰찬 노경은과 셋업맨 윤명준, 이재우, 함덕주 등 필승조가 투입되지는 않았지만, 25점이나 헌납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추격조나 롱릴리프 중 실점 없이 1~2이닝 정도를 막아줄 투수가 없으면 그만큼 중반부터 포기해야 할 경기 수가 늘어나 승수 쌓기가 힘들어진다.

맞대결한 삼성과 비교하면 두산 마운드가 얼마나 힘든 경기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경기 초반 점수가 크게 벌어져 필승조가 나오지 않은 것은 두 팀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삼성은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가 6이닝 4실점한 뒤 김기태-권오준-김건한이 이어 던진 불펜이 느슨해진 환경에서도 3이닝 2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긴장감이 없는 분위기에서 주전 야수들이 다수 빠진 후 불펜의 주력이 아닌 투수들이 낸 결과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두산은 25실점하는 과정에서 투수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우선 49개를 던진 장민익은 다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갈 수도 있다. 진야곱은 46구를 던졌지만 선발진에 속해 있어 1군에 남길 수밖에 없다. 전날 경기에서는 삼성 타자들의 타격감이 워낙 올라가 있어 누가 나왔어도 막아내기 어려웠겠지만 양현, 이현호, 김수완이 기대대로 삼성의 공격을 끊어주지 못한 점은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투수진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투수 개개인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다. 대신 흔들리는 투수들을 위해 수비를 개편하는 것은 가능하다. 김태형 감독은 홍성흔 말소 당시 양의지, 김현수 등을 번갈아 지명타자로 쓰며 주전 멤버들의 체력을 안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비가 불안한 김재환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김현수를 1루에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방법들 중 당장 필요한 것은 1루 수비 강화라는 것이 전날 경기를 통해 나타났다.
지난 20일 경기는 1루 수비 불안에서 비롯된 마운드 붕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경기였다. 김 감독은 김재환이 체구에 비해 운동신경도 있고 발도 느린 편이 아니라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타구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해왔다. 실제로 김재환은 시즌 초부터 총알같은 타구를 자주 잡아내는 운동신경을 과시했지만 반대로 전문 1루수들이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하는 땅볼을 확실히 아웃카운트로 연결하지 못하는 모습도 노출했다.
이에 따라 홍성흔이 없는 동안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나서는 것도 충분히 활용해볼 수 있는 카드다. 김재환을 뺄 수 없는 것은 쉽게 포기하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8경기에 출전한 김재환은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타율 2할5푼8리, 6홈런(잠실 홈런 5개) 18타점으로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그래서 지명타자로라도 활용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타선에 도움이 된다.
두산은 이번 시즌 두 가지 불명예 기록을 썼다. 이번 시즌 KBO리그 한 경기 최다득점(25점, 5월 20일 잠실 삼성전)과 최다안타(27개, 4월 7일 잠실 넥센전)는 모두 두산을 상대한 팀이 만든 기록이다. 두산은 상위권 팀 치고 유난히 대패가 많다. 장기 레이스를 하다보면 포기해야 하는 경기도 생긴다. 하지만 점수를 쉽게 빼앗기거나 추격의 동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힘도 쓰지 못하고 접어야만 하는 경기가 많아진다. 마운드를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수비 정비라도 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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