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2할9푼 손아섭을 어떻게 놀려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5.21 13: 00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어가는 20대 야수는 3명, 황재균(28)과 정훈(28) 그리고 손아섭(27)이다. 셋 다 친하게 지내지만 특히 황재균과 손아섭은 야구관을 공유하면서 가깝게 지낸다.
과거 황재균의 SNS를 찾아간 손아섭이 선배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리기도 하는 등 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황재균이 1년 선배지만 손아섭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다. 서로 탄탄한 신뢰가 구축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손아섭에 따르면 황재균이 최근 몇 년동안 말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으니 바로 "올해는 내가 너보다 야구 잘 할거다"라고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야수가 된 손아섭, 그리고 작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금메달의 일등공신인 황재균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타율을 놓고 본다면 손아섭이 꾸준히 앞서고 있지만 작년 황재균이 타율 커리어하이(.321)을 거두며 처음으로 3할 타자가 됐다.

올해도 황재균이 손아섭에게 했던 선언은 "올해는 너보다 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올해 시즌 초반에는 황재균이 무서운 속도로 성적을 쌓아 올렸다. 근력증강에 힘을 쏟았던 황재균은 장타력 보강에 성공하며 20일 현재 타율 3할2푼1리 9홈런 39타점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황재균은 손아섭이 애지중지하던 3번 타순을 차지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악바리' 손아섭도 시즌 초 황재균의 질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손아섭은 "3번 타자가 내 자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나도 8번 타자부터 시작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지금은 분명히 재균이 형이 나보다 잘 치고 있으니 (3번을 치는 게) 맞다"고 인정한다.
사실 손아섭은 시즌 초반 타격부진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4월 월간타율은 2할3푼6리, 팀과 본인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다. 반면 고공행진을 벌이던 황재균은 과연 올해만큼은 손아섭을 놀렸을까. 속 깊은 황재균은 "2할9푼 치는 아섭이 놀려서 뭐하냐"며 미소지었다. 이것도 황재균과 손아섭이니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다.
그런데 손아섭은 무섭게 몰아치더니 기어이 타율 3할을 넘겼다. 20일 사직 KIA전에서 1타수 1안타 3볼넷으로 타율을 종전 2할9푼7리에서 3할2리로 끌어 올렸다. 황재균 역시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로 고감도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손아섭이 이제 3할을 넘겼으니 황재균은 조금은 마음 편하게 손아섭을 놀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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