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 그 중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투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선발투수가 버티지 못하는 팀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시즌 초반 3위에 오르며 돌풍의 중심에 섰던 한화가 8위까지 추락한 것도 결국 선발투수진의 붕괴가 결정적이다.
한화는 지난 20일 인천 SK전에서 6-7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2연패, 5할 승률이 깨지며 8위로 떨어졌다. 선발 송은범이 ⅔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2자책)으로 흔들리며 1회도 못 채우고 강판된 뒤 불펜투수들이 집중 투입됐으나 과부하를 견디지 못했다. 결국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게 문제다.
▲ 선발 ERA 6.38 리그 최악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이 5.11로 10개팀 중 8위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3위(4.01)로 수준급이지만, 리그 유일의 6점대(6.38)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발진의 상황이 심각하다. 신생팀 kt가 5.46으로 선발 평균자책점 9위인데 한화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구원(195⅓이닝)이 선발(170⅔이닝)보다 월등히 많이 던지는 기형적인 구조다.
특히 한화는 시즌 41경기 중 절반이 넘는 21경기에서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일찍 내려갔다. 이 21경기에서 한화는 10승11패로 5할에 가까운 성적을 내며 비교적 선방했지만 불펜 총력전에 따른 피로가 점차 누적되고 있다. 1회 교체 3경기, 2회 교체 1경기, 3회 교체 6경기로 3회 이전 선발투수 교체가 10경기나 되는 것은 한화 선발진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한화는 쉐인 유먼이 9경기로 가장 많이 선발등판했으나 1승4패 평균자책점 4.84에 그치고 있다. 안영명도 선발 8경기 4승을 올렸지만 5월 4경기는 승리없이 평균자책점 10.80으로 흔들리고 있다. 송은범 역시 유일한 1승이 구원승으로 선발로는 2패만 당했다. 미치 탈보트(1승3패·9.20) 배영수(1승2패·9.26)도 9점대 평균자책점에서 나타나듯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한화는 시즌 20승 중 선발승이 7승에 그칠 정도로 불펜 의존도가 높으며 퀄리티 스타트는 6차례로 리그 최소다. kt도 10차례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는데 한화는 유일하게 한 자릿수다. 삼성이 23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한 것과 대조된다. 김성근 감독의 퀵후크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기본적으로 선발투수들의 불안한 투구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 예견된 참사, 문제 해결 방안은?
한화 선발진의 참사는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외국인 투수 2명 모두 KBO 경험자로 택했지만 이미 약점이 드러나 재계약에 실패한 투수들이었다. 특급 활약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계산 가능한 투구를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계산조차 되지 않는다. 무릎 수술 이후 구위가 크게 떨어져 맞혀 잡는 투구를 하는 유먼이나 수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탈보트의 투구 스타일은 한화와 궁합이 썩 맞지 않았다. 한화는 수비 실책이 40개로 kt와 리그 최다 팀이다.
FA 영입한 송은범과 배영수도 지난 몇 년간 하향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그들의 부활을 위해 겨울부터 매달렸지만 신이 아닌 이상 완전한 개조는 어려운 듯하다. 여기에 지난해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한 이태양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고, 또 다른 선발 자원이었던 양훈과 유창식마저 각각 넥센과 KIA로 트레이드 돼 팀을 떠났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넋 놓고 바라볼 수 없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보직 이동이다. 실제로 4월 중순 구원이던 안영명을 선발로 바꾼 게 주효했다. 또 다른 대체 선발 자원 후보로는 송창식이 있다. 롱릴리프로 길게 던지는 데 능한 그는 선발로도 경쟁력이 있다. 2군으로 내려가 조정 작업을 거치고 있는 좌완 임준섭도 KIA에서 지난 2년 동안 42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있다.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외국인 투수의 경우에는 남은 한 장의 교체 카드도 만져볼 수 있다. 다만 이미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상황에서 투수마저 바꾸는 건 쉽지 않다. 구단의 지원과 결단이 필요하다. 시즌 중 선발투수 자원을 트레이드로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결국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2군에서 다듬고 있는 유망주 투수들의 1군 투입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선발진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김성근 감독이 선발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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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