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SK, 선두의 의미와 과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21 06: 27

소리 없이 강하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순위표의 맨 꼭대기에 올라섰다. SK의 이야기다. 아직 시즌 중반에도 이르지 않은 시점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주축 선수들 몇몇이 빠진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의 나름대로 주목할 만한 점은 있다. 다만 그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보완점도 있다.
SK는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6-6으로 맞선 9회 1사 1,2루에서 터진 이재원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기록한 SK는 24승15패(.615)를 기록, 이날 삼성에 대패한 두산(22승15패)을 밀어내고 2위 삼성(25승16패)에 승차 없는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두 번째 선두 등극.
올 시즌 삼성·두산과 함께 3강 전력으로 뽑혔던 SK는 시즌 초반 출발이 그렇게 탄력적이지 않았다. 첫 4경기를 1승3패로 시작했고 4월 28일에는 승률 5할2푼2리로 7위까지 처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로는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가며 서서히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최하위 kt를 상대한 프리미엄을 봤다면, 4월 28일 이후로는 kt를 만나지 않고도 승률을 1할 가까이 높였다. +1에 불과했던 승패차는 어느새 +9가 됐다.

사실 그간 팀 상황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으로 온전한 전력은 아니었다. 외국인 에이스인 트래비스 밴와트는 4월 16일 인천 넥센전에서 타구에 오른쪽 복사뼈를 맞아 전열에서 이탈했다. 5월 19일 인천 한화전에서야 복귀전을 가졌으니 한 달 이상을 결장한 셈이다. 현재는 윤희상이 팔꿈치에 약간의 통증을 느껴 2군에 내려가 있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김강민이 시범경기 도중 부상을 입어 아직도 올 시즌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심타자인 박정권은 타격 부진으로 열흘간 1군에서 제외됐다. 잔부상이 속출하고 있는 최정은 39경기 중 32경기 출전에 그쳤고 그나마 대타 출장 및 중도 교체 경기가 몇 차례 있었다. 이명기는 ‘헤드샷’ 후유증에서 다소간 고전했다. 전체적으로 악재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그래도 1위다.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한 충분한 관리를 해주는 와중에서도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중반 이후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진다. 특히 불펜투수들의 힘은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 김강민 여건욱 박정배 이대수 박희수 등 향후 돌아올 부상자들의 존재감은 생각만 해도 든든하다. 투수 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변수가 많지만 가진 자원들이 많다는 점은 결코 해가 될 만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분위기를 초반 순항으로 바꿨다는 점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선수단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지지 않는다”라는 자신감이 붙었다. 실제 지난 14일 인천 두산전에서는 브라운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이 터졌고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승리로 이끌었다. 19일과 20일 경기에서도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김용희 감독이 “팀에 힘이 조금 붙은 것 같다”라고 만족스러워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그러나 보완할 점도 있다. 타격과 마운드는 비교적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으나 수비가 문제다. 20일 경기에서는 실책이 연이어 나오며 선발 김광현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 전지훈련 기간 중 수비에 중점을 두고 많은 훈련을 했지만 아직 선수들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아쉬움이다. 김 감독은 20일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수비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분발을 촉구했다.
주루도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다. 시즌 전 ‘뛰는 야구’를 공언했던 김 감독은 “아직까지는 뛰는 야구를 추구할 만한 전력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한발자국 물러섰다. 발이 빠른 선수들의 출루율이 떨어지거나 젊은 선수들의 주루 센스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SK의 팀 도루는 34개로 리그 공동 5위. 그나마 조동화의 분전으로 최근 이 수치가 높아진 경향은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주루 능력을 가진 김강민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공·수·주에서 맞춰야 할 퍼즐은 아직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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